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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건강식탁’ 엄마에 달렸다.....이기영  (2002.01.25)

언제부터인가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가공식품들이 우리 식탁을 점령해 버렸다. 1990년대 초만해도 우리의 밥상에서 볼 수 있었던 가공식품은 국민식품인 라면을 빼고는 고작해야 어묵이나 소시지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엔 우유·치즈·버터·햄·요구르트 등 서양가공식품들이 우리의 일상식으로 변했다. 동시에 사람들의 운동량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과거에는 없던 성인병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같은 이들 질병은 처음엔 어른들만 걸려서 ‘성인병’이라고 불렀다. 밖에서 사업상 잦은 외식 때문에 아빠가 먼저 걸린 병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당뇨를 비롯한 성인병들이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병명도 ‘현대병’이 됐다.

연구결과 이 같은 만성 질병들은 각종 합성식품 첨가물이 함유된 육류 등 서구유래 가공식품들이 채식위주의 우리 전래식품들을 밀어내고 식탁을 차지해버린 결과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엔 주부의 손길에 따라 집집마다 맛이 다양하던 김치마저도 공장에서 생산되면서 대부분 비슷비슷한 맛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집에서 만드는 우리의 전통식품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더욱이 아이들은 김치를 멀리하고 기름진 피자나 햄버거 컵라면 같은 패스트 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을 좋아한다. 컴퓨터 게임 열풍으로 아이들의 운동량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서구에서 유래한 현대병뿐만이 아니라 비만과 아토피성 피부염이 사회문제화할 정도로 아이들 건강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얼마 전 영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파동은 전세계를 강타했고 가까운 일본에서도 광우병 발병이 확인되었다. 최근 아이들 건강에 대한 경고성 TV방송이 시리즈로 나간 후 가정주부들 사이에 유기농 식품 먹기 바람이 부는 등 먹을거리에 대한 경각심이 일고 있다. 특히 광우병은 현대 서구물질문명의 폐해를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자연의 순리를 무시한 인간의 탐욕이 부른 재앙이라는 점에서 광우병은 환경호르몬 못지 않은 환경파괴의 업보로 여겨진다. 현대문명의 시발이 된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점도 우연의 일치라고만 보기 어려운 일이다. 광우병 공포가 커진 이유 중 하나는 잠복기간이 무려 10년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생태계 먹이사슬 자체의 광범위한 오염으로 그 재앙이 일파만파로 번질지도 모른다. 아직 정확한 원인도 규명되지 못한 채 영국에서만 광우병으로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죽었고 500만마리의 소가 도살되어 불태워졌다.

생활형편이 나아지면서 너도나도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스테이크와 안심을 먹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한다. 지방이 근육 사이사이에 촘촘히 들어간 마블링 된 맛있는 스테이크를 만들기 위해 일부 축산업자들은 어린 소의 눈을 멀게 하거나 운동을 못하도록 평생 소의 다리를 묶어 놓는다고 한다. 인간의 지나친 성적 쾌락과 자유의 결과가 에이즈라는 천형으로 나타났다면 광우병은 지나친 미식을 추구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는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어머니들이 나서야 한다. 나는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아내와 함께 고심하여 ‘건강식탁 십계명’을 만들어 식탁에 붙여 놓았다.

「하나. 감사하며 먹는다

둘. 골고루 먹는다 셋. 싱겁게 먹는다 넷. 천천히 꼭꼭 씹어먹는다 다섯. 적게 먹고 안 남긴다 여섯. 채식을 늘린다 일곱. 유기농산물을 애용한다 여덟. 우리발효식품을 즐긴다 아홉. 화학조미료를 덜 쓴다 열. 패스트 푸드와 가공식품을 피한다」

만일 우리 아이들이 ‘건강식탁 십계명’을 잘 지키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기보다는 밖에서 많이 뛰어 놀게 된다면 비만이나 당뇨병, 아토피성 피부염 같은 현대병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 이기영 / 호서대 교수·식품공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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