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변화(단식나눔) 글수 7,261

예비단식 4일째(7/18) 이름: 정혜인 · 2001-07-20 19:47 · 조회 6
아침 : 효소 한 잔
점식 : 잡곡밥 1/4 공기, 시금치된장국, 호박나물
저녁 : 잡곡밥 1/4 공기, 아욱된장국, 시금치나물.
효소와 생수를 많이 마셨고,
오후에는 포도와 방울토마토를 먹었음.

힘이 딸린다. 5일 단식에 이은 감식 탓일까?
파란불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쪼그리고 앉았다.
여전히 냄새에는 민감한 듯, 배기가스 냄새가 역겹다.
걸어서 서점과 은행을 갔다왔다. 약국에 들러 회충약도 사고,
김동극 선생의 을 샀고, 전교당께서 권해주신
는 없단다. 동네 작은 서점이라 며칠씩 기다려서 다시 나와야 하고, 주문도 어렵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이 더 빠를 듯. 할인도 받고..

을 들고 앉은자리에서 '단식 후의 생활'까지 한 절반 정도 읽었다.
지난 번 5일간 생수단식의 악몽들이 책의 내용과 연결이 되면서 주욱 떠올랐다.

심했던 구토와 메스꺼운 증상은 마땅히 위가 좋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고(110쪽),
춥고 어지럽고 나른하고 무겁고 가려웠던 것은 담배를 위시하여 42년 동안 켜켜이 쌓아온 많고 많은 독소들과 노폐물들이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쳤음이요(109쪽).
설태가 심했던 것도 위가 좋지 않았음이다(107쪽).
마구 넘어오던 누렇고 검은액을 두고 똥물이라고 하는 건가, 뭔가 했더니, 담즙이었단 말인가?(111쪽) 본단식 5일째(마지막 날)에 있었던 일이라 자연스럽게 다음날 미음을 먹었고 더 이상의 구토는 없었지만 내 평생 그렇게 쓴맛은 처음이었다.

미리 책을 읽고 잘 준비된 상태에서 첫 단식을 했더라면 불안감도 덜하고 그때그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마음의 준비도 주변 정리도 첫단식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담배에 대한 어정쩡한 태도도 버렸고(사실 이건 공식적인 발언이고, 공복에 피는 첫 담배의 그 아찔한 맛을 아시는지요, 무지 그리워 할 거라는 거, 무지 힘들 거라는 거, 해피 님, 말로서나마 푸는 이 괴로운 심정을 헤아려주소서. 담배에 관한 한 첫 단식 때보다 더 힘들 거라는 거 각오하고 있습니다. 첫단식 때는 심한 명현 반응 때문에 본단식 중에는 거의 쓰러져 있는 상태였으므로 담배고 뭐고 아무 생각이 없었거든요. 이번에는 명현 반응이 좀 덜할 거라고 본다면 담배 생각이 아주아주 많이 날 거 같습니다.) 단식으로 치질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데 대한 믿음도 생겼고(단식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병에 치질이라는 낱말이 확실하게 나와 있더군요. 118쪽과 119쪽에 걸쳐서, 아, 물론 해피 님의 도움 말씀에 힘입은 바 큽니다. 재확인이 되었다는 이야기), 단식은 단지 질병의 치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마음자리의 문제이며, 수행하는 자세(이제 겨우 개념 정리를 하고 있는 단계지만)의 차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차 보식기간 중에 다리가 부은 것에 대한 궁금증도 나름대로 해석을 내려 볼 수 있었다.
71쪽에 보면 제2보식기에 과식하면 얼굴과 몸이 붓게 된다는 말이 나와 있고, 원래 2식을 하던 사람이었다면 3차 보식기간에도 마땅히 2식이라야 하고(단식 전에 자신이 먹던 양의 몇%, 이런 식인데..) 특히 변동훈 스님의 보식법(71쪽)을 보면 1일 2식의 현미 채식과 소식을 권하고 있었다. 근데 난 사이트에 나와 있는 보식법(2차 보식에 보면 '밥은 반 공기 세 끼'라고 나와 있어 양은 줄여서 먹었지만 세 끼를 꼬박 챙긴 것이다.)에 써 있는 그대로 따라 했다. 딴에는 아주 착실하게 써 있는 대로 잘 하느라고,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 먹다보니 하루 3식이 되었고 단식 전에 워낙 2식에 소식을 했으므로 그 양이 나에게는 과식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나름대로 해보았다.
꼼꼼하게 분석하고 따져보고 공부해서 자신에게 맞는 단식법을 찾아야 하는데 놓친 것이 많았다. 먹고 싶은 것을 참지 못해 먹었다면 덜 억울하겠는데 모르고 그랬다니 이렇게 멍청한 짓을.. 단식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다. 부끄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