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정리가 잘 되지 않아서 자주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슬픈 감상이나 잠깐잠깐 스쳐지나가는 심리변화 때문에 자칫 가볍게 쓴 글로 인해 어렵게 단식을 하기로 마음먹은 분들께 누가 될까 봐서요.
일상으로 돌아와보니 복잡하고 머리 아픈 일들이 그득그득 쌓였습니다. 하여, 스프레스 받을 일도 많구요. 규칙적이지 못한 생활이 제일 문제가 되는 거 같습니다(그래서 먹는 것에 따른 그날그날의 몸상태를 확인해 보는 일은 좀 어렵네요. 어떤 날은 일이 너무 고되고 어떤 날은 널널하고... 하지만 화장실에서나마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큰건 주로 노랗고 예전에 찔끔거리던 것과는 달리 좀 굵어졌고, 작은 건 맑습니다.)
그래도 보식은 열심히 잘하고 있는 편입니다.
양배추 쌈(변통에 좋다고 해서 먹기 시작한 겁니다.)이나 땅콩조림이나 검은콩조림, 생미역 쌈 같은 입에 대기 싫어하던 반찬들이 제 입맛을 돋구고 있구요. 여름철엔 보리가 제격이라 하여 보리를 많이 넣어봤습니다. 밥맛이 아주 구수함을 알 수 있습니다. 씹는 일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주로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했던 전과는 달리 딱딱한 것을 씹어서 삼키니 소화도 잘 되는 것 같습니다. 과일을 무지 좋아하는데 별로 생각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구요. 1차 단식 때와는 달리 찐감자도 별루고, 그저 밥순이처럼 쌈에 싸먹는 밥 생각만 나네요. 외출해 보면 먹을거리들이 어쩜 그리도 많고 다양한지 간판의 화려함을 새삼 눈으로 확인하고 다닙니다. 하지만 제가 먹을 수 있는 건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저 빨리 집에 가야지, 밥 먹어야지,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단식 이후로 아직 기록할 만한 위통은 없구요. 덕분에 치질도 별탈이 없습니다.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매우 짧아졌다는 거, 뭐 별로 닦을 것도 없다는 거, 축하받을 일입니다.
기초화장품(스킨, 로션, 영양크림)을 다 발라야지만 건조하고 당기는 느낌이 없어지던 피부가 너무 반들거려(여성은 압니다. 꾸준히 비싼 돈들여서 맛사지를 받으면 피부가 어떻게 달라보이는지, 투명하고 반들거리는 그 느낌. 맛사지를 받는 사람이다, 아니다, 를 금방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지요. 근데 요즘 제 얼굴이 마치 돈들여 맛사지를 받은 피부 같습니다. 예뻐졌다는 이야기!!! 요즘 자주 듣고 삽니다.) 영양크림을 바르지 않습니다. 저녁 때만 조금, 그것도 아주 가끔이요. 몸무게는 조금 늘었구요. 그날그날 조금씩 다르네요. 그리고 담배는 무지 그립지만 아직은 약속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빠지던 머리카락은 이제 조금 덜한 것 같구요. 원형탈모된 자리에서는 벌써 꽤 자란 놈도 보입니다. 입술색깔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눈에 남편이 먼저 알아봅니다. 발그레 핏기를 되찾았구요, 혀도 아주 붉은 것이 건강해 보입니다.
한데 가끔 아주 가끔(한 두어번 정도) 저녁이 되면 미열이 오르면서 으슬으슬 한기가 들 때가 있습니다. 힘도 아직은 예전 같진 않구요. 오래 걷는 것이 힘들어 쉬어가며 다녀야 하구요. 특히 강한 햇볕 아래서는 더 그러네요. 쉬 더위를 먹습니다. 앉았다가 일어서면 희뿌옇게 되는 약한 어지럼증도 싹 가시지는 않았구요. 더러더러 피부가 가려운 증상도 남아 있습니다. 계속해서 몸이 나쁜 기운을 버리고 있는 거라 여기고 있습니다.
상황을 대략 정리해 봤습니다.
감사할 일이고 기뻐할 일입니다.
이 마음으로 뭘 할 수 있을지 뭘 해야 하는지 틈 나는 대로 생각해 보곤 합니다.
남편은 더 이상 일 벌이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넘친다고...
오히려 제가 구해야 하는 것이 이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해피 님,
제가 정리해서 보내드렸어야 하는 건데 벌써 정리해서 체험기 올려놓으셨네요. 감사드립니다.
아래 댓글 달아주신 거 읽어봤구요. 단식을 경험한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는 기쁨으로만 충만할까,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허탈감에 대해 비슷한 경험자를 만난 것 같아서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먹는 것과 사는 것에 대해, 먹지 않는 것과 죽음에 대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죽음이 있다는 것에 대해, 예전에 생각해보지 않은 전혀 새로운 주제도 아니건만, 단식을 통한 새로운 접근이어서 그런지 종종 머리가 무거워질 때가 있습니다.
어슬픈 감상이나 잠깐잠깐 스쳐지나가는 심리변화 때문에 자칫 가볍게 쓴 글로 인해 어렵게 단식을 하기로 마음먹은 분들께 누가 될까 봐서요.
일상으로 돌아와보니 복잡하고 머리 아픈 일들이 그득그득 쌓였습니다. 하여, 스프레스 받을 일도 많구요. 규칙적이지 못한 생활이 제일 문제가 되는 거 같습니다(그래서 먹는 것에 따른 그날그날의 몸상태를 확인해 보는 일은 좀 어렵네요. 어떤 날은 일이 너무 고되고 어떤 날은 널널하고... 하지만 화장실에서나마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큰건 주로 노랗고 예전에 찔끔거리던 것과는 달리 좀 굵어졌고, 작은 건 맑습니다.)
그래도 보식은 열심히 잘하고 있는 편입니다.
양배추 쌈(변통에 좋다고 해서 먹기 시작한 겁니다.)이나 땅콩조림이나 검은콩조림, 생미역 쌈 같은 입에 대기 싫어하던 반찬들이 제 입맛을 돋구고 있구요. 여름철엔 보리가 제격이라 하여 보리를 많이 넣어봤습니다. 밥맛이 아주 구수함을 알 수 있습니다. 씹는 일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주로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했던 전과는 달리 딱딱한 것을 씹어서 삼키니 소화도 잘 되는 것 같습니다. 과일을 무지 좋아하는데 별로 생각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구요. 1차 단식 때와는 달리 찐감자도 별루고, 그저 밥순이처럼 쌈에 싸먹는 밥 생각만 나네요. 외출해 보면 먹을거리들이 어쩜 그리도 많고 다양한지 간판의 화려함을 새삼 눈으로 확인하고 다닙니다. 하지만 제가 먹을 수 있는 건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저 빨리 집에 가야지, 밥 먹어야지,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단식 이후로 아직 기록할 만한 위통은 없구요. 덕분에 치질도 별탈이 없습니다.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매우 짧아졌다는 거, 뭐 별로 닦을 것도 없다는 거, 축하받을 일입니다.
기초화장품(스킨, 로션, 영양크림)을 다 발라야지만 건조하고 당기는 느낌이 없어지던 피부가 너무 반들거려(여성은 압니다. 꾸준히 비싼 돈들여서 맛사지를 받으면 피부가 어떻게 달라보이는지, 투명하고 반들거리는 그 느낌. 맛사지를 받는 사람이다, 아니다, 를 금방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지요. 근데 요즘 제 얼굴이 마치 돈들여 맛사지를 받은 피부 같습니다. 예뻐졌다는 이야기!!! 요즘 자주 듣고 삽니다.) 영양크림을 바르지 않습니다. 저녁 때만 조금, 그것도 아주 가끔이요. 몸무게는 조금 늘었구요. 그날그날 조금씩 다르네요. 그리고 담배는 무지 그립지만 아직은 약속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빠지던 머리카락은 이제 조금 덜한 것 같구요. 원형탈모된 자리에서는 벌써 꽤 자란 놈도 보입니다. 입술색깔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눈에 남편이 먼저 알아봅니다. 발그레 핏기를 되찾았구요, 혀도 아주 붉은 것이 건강해 보입니다.
한데 가끔 아주 가끔(한 두어번 정도) 저녁이 되면 미열이 오르면서 으슬으슬 한기가 들 때가 있습니다. 힘도 아직은 예전 같진 않구요. 오래 걷는 것이 힘들어 쉬어가며 다녀야 하구요. 특히 강한 햇볕 아래서는 더 그러네요. 쉬 더위를 먹습니다. 앉았다가 일어서면 희뿌옇게 되는 약한 어지럼증도 싹 가시지는 않았구요. 더러더러 피부가 가려운 증상도 남아 있습니다. 계속해서 몸이 나쁜 기운을 버리고 있는 거라 여기고 있습니다.
상황을 대략 정리해 봤습니다.
감사할 일이고 기뻐할 일입니다.
이 마음으로 뭘 할 수 있을지 뭘 해야 하는지 틈 나는 대로 생각해 보곤 합니다.
남편은 더 이상 일 벌이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넘친다고...
오히려 제가 구해야 하는 것이 이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해피 님,
제가 정리해서 보내드렸어야 하는 건데 벌써 정리해서 체험기 올려놓으셨네요. 감사드립니다.
아래 댓글 달아주신 거 읽어봤구요. 단식을 경험한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는 기쁨으로만 충만할까,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허탈감에 대해 비슷한 경험자를 만난 것 같아서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먹는 것과 사는 것에 대해, 먹지 않는 것과 죽음에 대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죽음이 있다는 것에 대해, 예전에 생각해보지 않은 전혀 새로운 주제도 아니건만, 단식을 통한 새로운 접근이어서 그런지 종종 머리가 무거워질 때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