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변화(단식나눔) 글수 7,261

단식 4일째 저녁과 5일째 아침-입이 방정입니다 이름: 권유정 · 2001-11-01 18:54 · 조회 5
입이 방정이다.

'힘들지도 않고, 괜찮은데? 아무래도 난 체질인가봐아~'라며 자랑삼아 떠들었더니
제 몸이 노하셨나봅니다.
어제는 퇴근하는데 자꾸만 짜증이 납니다.
앞에서 알짱거리는 자동차도, 무리하게 끼어들어서는 앞에서 턱 멈춰선 버스도,
노상 밀리는 길인데 어찌 그리 짜증이 나던지요...
그만할까...라는 생각이 자꾸 났습니다.
이쯤에서 멈춰도 잘 했지 않은가...하는 생각도 하구요.

음식생각도 자꾸 납니다.
당장 먹고싶어서라기 보다, 보식 기간 중에 먹고 싶을 것들이, 그 기간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하는 모임에서 먹게될 음식말입니다.
이번 주 금요일은 어디에서 모임이 있고, 거기는 무슨 안주가 맛있고,
그 다음은 뭐가 있고,
스키장에 가면 오삼불고기며, 김치말이 국수며...

본단식이 길어질 수록 회복식과 식이요법기간이 길어진다는 생각에 자꾸만 중단하라고 마음은 조르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먹었고, 2월, 3월에 먹어도 되고, 내년에도 그 음식은 먹을 수 있잖아.
조금만 참자. 평생 먹을 수도 있는 음식을 2달 정도 못참아?'

한두 달정도 유럽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꿈입니다.
졸업 전 취업에다가 틈없이 바로 이직을 해서 장기 여행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래. 한두 달 휴식은 바라면서 30여년을 끊임없이 일해왔던 몸도 좀 쉬게 해주면 어떠랴.
어차피 평생 나만을 위해 쉬지않고 움직여줄 내 몸인데 마음만 쉬려 하지 말고
내 몸도 쉬게 해주자. 까짓거 한 달이잖아...'

그러면서 제 자신을 잠깐 돌아봤죠.
전, 하고자 마음 먹은 일은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아주 많습니다. 충분하게요.
아! 이건 저를 북돋우려고 해보는 말이 아니라 저의 능력을 알기 때문에 감히 말하는겁니다.
그런데 그 능력을 한계점까지 끌어내서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언제나, '이 정도면 됐어', '충분해', '아이.. 귀찮아. 이쯤에서 그만하자'
더 잘 할 수 있는 일도 대충의 선에서 스스로와 타협을 합니다.
조금만 더 하면 훌륭한 결과를 낼 수 있는데 평범한, 보통의 결과로 만족을 합니다.
고등학교 때에도 제 능력껏 집중해서 공부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고,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언제나 '이쯤에서...'였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이정도면...'하면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그 결과에 만족도 했구요.

참 한심했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열심히 살았다"라고 할 수 있을 지,
가족과 저를 아껴주는 모든 사람과, 제 자신에게조차 당당하지 못하더군요.
남들이 보면 늘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는 제 삶은 실상,
저 자신을 속이면서, 제 능력을 기만하면서 살아왔던 것입니다.

'이제 됐다'라고 중도에 타협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해보자.
내 능력이 한 번 쓰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
.
.
.
.
.

집에 왔더니 두 동생이 저녁을 시켜먹겠다고 합니다.
"밥을 먹어야지"
"그럼 짬뽕밥"
"조카는 매울텐데?"
"그럼 짜장면"
아... 내가 환장하고 좋아하던 짬뽕입니다. 빨갛고 얼큰한 국물...
바라보며 참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음식이 배달되면 욕실로 들어가서 샤워나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음식이 도착했지만 하던 얘기는 계속 해야지요..
정말 먹고 싶더군요.
'눈 딱 감고 맛이라도 볼까?'
.
.
.
"아니 이것들이... 음식이 반이나 남았는데 남겨? 나 같으면 어림없다."
"아이구... 아까와라... 내가 먹으면 저건 남을 것도 아닌데..."

순간....
제 뱃속에서 들려온
"꼬르륵....."

동생들 자지러졌습니다.
바라만보고 태연하던 언니의 뱃속에서 나는 소리...
아마 저라도 웃겼을겁니다.

하지만 저는 참았습니다.
제 자신이 장하더군요 으쌰~으쌰!

오늘은 늦잠을 잤습니다.
피곤했는지... 풍욕도 하지 못했고 운동도 하지 못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숨을 들이 마셨더니,
아니 이게 왠일? 입냄새가 거의 나질 않는겁니다.
어제밤의 꼬르륵... 소리를 마지막으로 위액 분비가 멈춘 것일까?...

운동삼아 차는 두고 전철역까지 걸었습니다.
평소에는 뒤쳐지는 적 없던 제 발걸음이 많이 느려졌습니다.
제 앞로 지나치는 사람들...
전, 그대로 택시를 타고 싶었습니다.
전철안에서도 자리가 없어서 내내 서있었는데 중간에 내려서 앉고 싶었습니다.
사무실까지 또다시 15분 정도 걸어야합니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않았고, 택시가 타고 싶었지만
그래도 계속 걸었습니다.
멈추면 다시는 움직이고 싶지 않을 것 같아서요...
사무실에 들어와서 따끈한 물을 한 모금 마시니까 조금은 괜찮아졌습니다.

오늘은 늘어지지 않도록 저에게 계속적인 격려를 해야겠습니다.

추신 : 열흘 생수단식 마치고 3일 정도 표고버섯 단식을 하면 어떨까요?
표고단식하고는 밥을 바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 (안 되나?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