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변화(단식나눔) 글수 7,261

Re..이종길님 감사합니다. 이름: 기화 · 2001-12-25 20:48 · 조회 3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얼굴이 이렇게 한 꺼플을 완전히 벗는데야 더 약한 점막으로 되어있는 장내벽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입술이 몇 번씩 껍질 벗듯이 벗겨지더니 어느 일정 시점이 지나니까 괜찮아지더군요.
입안의 구강점막도 몇 번씩 뜨거운 물에 데인것처럼 벗겨지더군요.
모양에 대해서 막창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저 역시 다음부터는 순대를 안 먹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꼭 순대껍질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

성탄절 즐거운 날에 당직근무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 여유로움을 한껏 누리고 있습니다.
좀 전에 경북 안동지사에서 온 전화내용이 눈이 발목까지 잠기게 쌓였다는군요.
서울은 햇빛이 쨍쨍한데 말입니다. 부럽기까지 하네요.
수 년전 북유럽에서 보낸 겨울 한철 동안 너무 눈 속에 갇혀서 답답했었기에
서울가면 눈 안보겠다고 좋아했던 기억은 이미 잊혀지고 온 세상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하얀 눈을 기다려봅니다.

지난 날의 좋지 않은 기억은 잘 잊어지나봅니다.
조금만 신경을 쓰는 일이 있어도 무슨 죄값처럼 내게 다가왔던 극심한 위경련의 고통도
이젠 잊어버리고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 자신이 싫어졌던 날들도 물론 잊어버리고
싶고요.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남들도 사랑할 수 있다는 그 평범한 진리를 이렇게 돌고 돌아서
이제야 깨우치는거 같습니다.

위산과다로 시작한 제 위장병의 시초는 속쓰림을 잠시라도 달래기 위해서 끊임없이 먹는것,
그것도 육류를 먹어야 속이 편안한 것으로 이어졌고, 먹고 나서 속쓰림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과식을
하게되었지요. 과식은 당연히 위하수를 불렀을 것이고 아무리 먹어도 배 부르지 않는 형벌(?)을
받는지도 모르고 저는 졸지에 대식가가 되어있었습니다. 어느 여름날 충무로 냉면집에서 민짜냉면
(고기나 회가 안 들어있고 그 대신에 양을 많이주는 냉면) 곱배기를 먹는 저를 보고 친구들은 놀렸습니다.
"내 여태 민짜냉면 곱배기 먹는 사람 첨봤다"
그래도 그것도 잠시 뿐이고 돌아서면 금방 헛헛하고 또 배가 고팠습니다.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서
끊임없이 육식을 했지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소 수십마리와 돼지 수백마리가 제 쓰레기통을 거쳐서
흙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처음에는 몸매 관리에 대해서 신경을 썼었는데.. 어느 한 순간 맥없이 포기
하게 되더군요. "애 다 낳았겠다, 내가 나이가 몇 인데 이 정도면 어때?" 이런 자기 합리화가 이루어
지드라구요. 사람은 자기에 대한 변명은 정말 잘하는 것 같습니다.
변비는 당연히 훈장처럼 따라왔구요.

올 해 초에 하나밖에 없는 오빠를 간암 진단을 받은지 5개월 만에 잃었습니다.
사람 살고 죽는게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었어요. 죽기 전날까지 저보고 친정집에 가서
고스톱 치자고 졸라대던 오빠였는데 말입니다. 이제는 찾아가도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가고 만 것입니다.
결혼 전에 온 가족이 다 간염에 걸린 것을 알았을 때에도 간염에서 간암으로 발전해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 있는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저 아이 낳으면 바로 예방접종을 해야되는가보다 했지요.
결혼 후 두 아이를 기르면서 내 건강이나 체력을 돌 볼 사이가 없었습니다. 항상 아이가 우선이고
남편의 건강, 그리고 일이 그 다음이었지요. 난 그냥 가만히 두어도, 기름넣지 않아도, 정비 하지 않아도
잘 굴러가는 자동차인줄 알았습니다.

오빠를 잃고 온 가족이 모여서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일흔이 넘으신 어머니,
그리고 나이 쉰을 넘은 언니와 함께 우리도 건강진단을 받아보자는 이야기를 하게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정기검진을 하는데 난 할 필요가 없다고 했었는데..............
정작 검사결과는 제가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방간에다가 간경화가 초기상태이지만 진행되고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결과였습니다.

165cm의 키에 74kg의 과체중, 하체는 약하고 상체만 비만이고.. 무릎은 계속 아프고..
하루종일 앉아서 컴퓨터만 들여다보는 직업인 탓에 외부접촉이 별로 없으니 외모에 신경쓸
이유도 없었고, 편안한 고무줄 바지가 더이상 늘어나지 않을 때까지 넓은 땅 활용하기를 하면서
끊임없이 먹어대던 피자, 햄버거, 콜라, 갈비, 불고기, 제육, 삼겹살, 냉면, 과자들의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비만과 지방간, 거기에 보너스로 간경화까지...

오빠의 경우를 봐서 병원치료를 할 엄두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병원치료는 원인치료가 아니었습니다.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었지요. 글자 그대로 대증요법이었습니다.
복수가 차면 관장을 시켜서 빼 내고, 이뇨제를 주고, 아프면 진통제를 주고.. 원인적인 치유를 위해서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거기에서 저는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내 몸이 이렇게 병들었다면, 분명히 그 해결책도 내 몸이 스스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 몸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어주는 것이 내 몸의 치유력을 향상시켜서 병을 낫게하거나 최소한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아프면 의사에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반면, 저는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보았다고 하면 올바른 판단일까요? 오빠를 담당했던 제 의사조카녀석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의사지만 외삼촌한테 정말이지, 정말이지 해 줄게 없어 이모. 난 그게 참 슬퍼"

결국, 내 몸은 내가 알아서 가꾸어야 할 나만의 정원이고, 내가 평생 기름치고 정비하면서 타고 가야 할
내 정신의 자동차 같은 건데.. 내 평생 해 온 일이라는 것은 그저 아침에 눈만 뜨면 차에 시동을 켜듯이
그냥 부릉~~ 하고 운행할 수 있는 제 정신의 도구인줄 알고 살았습니다. 양질의 휘발유를 넣어야
연비가 좋아지고 차에 무리가 가지 않고, 소음이 나지 않는다는 기초상식조차 무시한 채로 입맛이
시키는 대로만 먹어대면서도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았던 것입니다. 무지했지요.. 정말이지 이것은
배움과 전혀 무관한 것이었습니다. 뭐든지 배우지 않으면 모르듯이, 저 역시 무지했던 것입니다.

뭔지 확실한 방법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혹사시켰던 내 몸에 대한 사과의 방법이...꼭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내 몸도 반드시 반응을 보이고 나를 용서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다만 그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건강식품을 먹어봐?? 생식을 해 볼까??? 에이 차라리 굶어볼까???'

그런데 정말 단식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에 이곳에 글을 쓸 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왠지 안하면 안될것같은 절대절명 때문에 단식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잠시 업무를 중단하고 단식에 대한 자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축복처럼 이곳을
찾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단식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제가 가진 단식에 대한 이미지는 '다이어트를 위해서 비싼 시설해놓고 여성잡지에 광고내서 돈 받고 굶기는 곳-단식원, 선량한 구도의 의미에서 하는 단식- 종교지도자들이나 아니면 자기 의사를 나타내려고
호기 부리는 정치인들의 전유물이 바로 단식인 줄 알고 있었거든요. 이곳에서 단식이 정말 건강을
생각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찌 남을 사랑할 수 있느냐는 생각을 해보면, 단식을 행하는 사람은
정말 이타적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젊은 시절에 중동에서 지낼 때에는 이슬람교에서 라마단
금식기간 동안 금식을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라마단 기간에 save된 금액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서
희사하는 것을 보면서도 좋은 제도라고는 생각했지만, 그 깊은 뜻은 알 수 없었는데, 이 것의 참된
의미를 이번 단식을 통해서 깨달았습니다.

단식 23일째가 접어들면서 이제야 단식의 깊은 의미를 조금 맛보았다고 한다면 비난 하실 분들이
계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인생의 최고의 선택이었고 가장 큰 배움이었습니다.
욕망을 줄이고,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우며, 그 비워진 공간에 꽉 차는 평온....
점차 줄어드는 욕망의 자리를 차지하는 평온을 솜털처럼 느끼면서 자유롭습니다.
내 욕심을 위해서 내 정체모를 욕망을 위해서 숨가쁘게 살아오면서도, 이게 제일 잘 사는 모습인양
착각하면서 자기 위안을 삼으면서 살았지만, 결국,,,,,정말 결국 내가 아끼고 돌봐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이제 돌고 돌아서 깨달은 것입니다.

진정 남을 사랑하기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이 사회를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인류를 위해서도
정말 우리 모두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동향의 제 사무실에 눈부시게 빛나던 햇살이 조금 사위어 갑니다. 아까처럼 따갑지 않군요.
다시 구름을 만나면 흐려지기도 하고, 또다시 뜨겁기도 하겠지요...
우리가 보는 태양의 모습은 계속 변하지만, 태양은 결국 하나도 변한게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모두가 이 세상을 밝게 비추는 태양입니다.
내가 없으면 세상이 없기 때문이지요.

세상의 귀한 태양같은 모든 분들께
사랑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