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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나무가지에 내 여자의 이름표 매달아 놓고... 이름: 조동우 · 2000-10-31 08:06 · 조회 10
열흘간의 단식을 마치고 산그늘 짙은 마을로부터 도회로 돌아왔었지요.
도시의 콘크리트로 차단된 벽 안에 누워 나는 내내 산에 관한 꿈만을 꾸었더랬습니다.
서둘러 보식기간을 넘길 수밖에 없었어요.
10월 16일이었어요. 상봉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7시 10분 차을 타고 설악으로 떠났습니다.
오색- 대청봉- 중청산장에서 자고, 이튿날 천불동 계곡으로 해서 설악동- 속초항에 이르렀습니다.
이름 모르는 생선회 두어 가지를 시켜놓고 소주 한병을 마셨지요.
설악이 너무 아름다워 당황스러웠습니다. 소주는 나를 설악의 생경한 아름다움으로부터
현실로 이끌어주는 도심의 불빛과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무언가에 대해 화를 내고 있었어요.
나는 구례행 열차표를 예매했어요.
영등포 역에서 10월 19일 23시 57분 무궁화호 열차였습니다.
어두운 새벽에 구례역에 당도해서 버스를 타고 화엄사로 향했습니다.
화엄사- 노고단- 임걸령- 토끼봉- 연하천 산장에서 잤습니다.
12시간을 걸었지요. 왠지 눈물이 흐르데요. 각종 산악회에서 나무가지에 걸어놓은
색색의 리본들을 표지판 삼아 산길을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라는......

이튿날 새벽 4시부터 산행을 시작했지요.
헤드라이트의 동그란 불빛이 내 서늘한 발밑을 비추어 주었어요.
밤새들이 푸드득거리고 어디선가 날짐승의 곤한 숨소리가 느껴지는 밤이었어요.
벽소령에서 아침을 지어먹고, 장터목 산장엔 일찌감치 도착했지요.
마침 주말이라 잠자리가 없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발치에 자리 하나 마련하고
눈을 붙였지요. 참 행복하더라구요. 더 바랄 게 없었어요. 다음날 5시에 천황봉을
올랐는데 날이 흐렸어요. 해돋이를 끝내 볼 수 없었어요. 산장으로 내려와 아침 먹고
백무동 계곡을 내려갔지요. 오후 12시 30분의 남원행 버스를 탔습니다.
남원에서 사우나를 하고 삼겹살 2인분에 소주 한 병을 비우고 서울행 열차에 올랐지요.
어두운 차창에 비친 내 얼굴에 대고 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라고......

10월 24일엔 관악산엘 올랐습니다.
서울대 입구-연주대- 팔봉능선- 삼성산- 삼막사- 장군봉- 호암사- 시흥전철역으로
이어지는 6시간짜리 코스였습니다. 시흥전철역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카프리 3병과 제과점 빵 2개를 먹었습니다. 행인들이 오가는 아파트 단지내에 앉아
맥주 마시는 맛이 별스러웠지요. 그래도 뭔가 미진했어요. 마음은 달아올라 있는데
뭔가 형체를 잡을 수가 없는 듯한 형국이었어요. 10월 27일 다시금 설악을 찾게 된 건
그런 연유에서 일겁니다.
10월 27일 오전 8시 10분, 상봉터미널에서 속초행 버스를 탈고 한계령에서 내렸어요.
한계령- 중청- 대청봉- 소청산장에서 자고 이튿날 새벽에 백담사 계곡으로
하산했습니다. 용대리에서 서울행 시외버스를 기다리며 나는 무심히 지나가는 계절을
속절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가 잡을 수 없는 것들의 상실들을......

다음날(10월 29일 일요일)은 학교 선생님들과의 산행 약속 때문에 부득이 강화의
마니산에 가야 했습니다. 가고 올 때 차가 너무 밀려서 시간이 많이 걸렸지요.
마침 단군제를 치르는 날이어서 볼거리가 있었습니다. 마니산은 단군로나 또는
반대편의 정수사쪽으로 올라가야 보람이 있는 산입니다. 작고 아름답지요.
능선 연이어 서해가 바라다보이고, 바라다보이는 섬들이 왠지 우리를 가두기도
하는 곳입니다.

고 이미 예전에
천재작가 은 노래한 바 있습니다.
열흘간의 단식 이후에 내가 바로 그런 상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그 여자는,
나의 이고, 그건 내가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그리움이라는 걸
나는 너무나도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우리의 영원한 슬픔인 것입니다.

11월 15일(그때부터 국립공원 등산로가 한 달간 폐쇄됩니다) 이전에
나는 다시금 지리산 종주를 하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대원사 방향으로
하산할까 합니다.
슬픔이 우리 인간의 숙명이라면 내가 산을 오르는 일은 당신을 향한 그리움의 표현입니다.

성지연 · 2000-10-31

┼─ 조동우(newdays@e-writer.co.kr) : 산길, 나무가지에 내 여자의 이름표 매달아 놓고... 10/30 ─┼

│ 그렇잖아도 늘~

아저씨 소식 궁금했는데.......

산에 계셨군요~~~!!

근데,,

꼭 아저씨 옆엔 술이 있군요~~

단식 후 술이라~~

아버지는 술병이 나서 돌아가셨지요~~

아저씨 글 중간중간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저를 걱정하게 만드네요~~

버릇인가봅니다~~

걱정하는게....

^^

지금도 어느산 속을 걷고 계시겠군요~~

저도 누구보다 산을 사랑한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