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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의 감식을 마치고... 이름: 김병택 · 2003-02-22 09:37 · 조회 12
단식을 결심하게 된 계기

왜 갑자기 단식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잘은 모르겠다. 가끔 연락하는 지인과 통화를 했더니 단식 중이란다. 귀가 솔깃해 졌다.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수년 전에 포도단식에 대해서 글을 읽은 적이 있어 해보면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막상 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할만한 이유도 없었고...몸은 아직은 가벼웠고 매년 건강검진을 해도 '양호'였으니까.
그런데 드뎌 올해 검진에서 노란불이 켜졌다. 지방간 수치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범위을 넘어섰다. '관리요망'. 몸은 자꾸 무거워 졌고 아침에 점점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졌다. 운동도 시도해 보았지만 항상 12시 넘어 귀가하는 내게 아침일찍 일어나 운동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저 해야 되겠다는 의무감으로 오히려 짐이 되기는 싫어서 깨끗이 포기하고 가끔 아이들 대리고 등산하는 걸로 대체했다.
'그래 단식 한번 해보자' 마음을 먹고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나·단·체' 가 제일 눈에 띄었다. 여러 글들을 보면서 좀 힘들긴 해도 해볼만 할 것 같았다. 내 성격상 내 자신에 대해서는 좀 가혹한 면이 있어서 그점도 일조를 할 것 같았다. (예전에 치질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수술 후 3시간만에 진통제도 안맞고 수동기어인 차를 직접 몰고 집에 온적도 있다 ^ ^)
설이 지나고 단식 경험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격려까지 받은 후 바로 단식을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걸림돌(?)이 생겼다. 오랫만에 서울에 오신 어머니께서 내 단식얘기를 들으시더니 더 들으려 하시지도 않고 펄쩍 뛰신다. '야 이놈아 잘 먹어도 부족한 판국에 무신 단식이여. 이 애미 걱정되어 잠못자는 꼴 보고싶어?' 하긴 헌혈도 반대하시는 어머니께 단식은 택도 없는 얘기지. 일단 후퇴. 일주일 후 어머니 내려가시면 하기로 하고 2월 17일을 시작일로 잡았다.
잠시 막간을 이용해서 내 직업에 대해 적자면, 난 보험영업을 한다. 3년반이 넘었으니 중고참 정도 된다. 대충 하루일과를 보면 아침일찍 일어나 지점에 나갔다가 여기저기 전화하고 하루종일 저녁까기 고객들을 만나 상담을 하기도 하고 업무처리도 하고, 밥먹고 차마시고...하여튼 한달에 4천km이상 돌아다닌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사람만나서 상담하고 대화하고 설득한다는게 보통 에너지를 요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가끔 3~4 시간씩 강의까지 하니. 그래서 내가 단식한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걱정부터 한다. 아님 중도에 포기할 거라고 내기를 걸거나...
단식을 시작한다고 몇명에게 공표를 했더니 술먹자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다. 덕분에 며칠간 공짜 술 엄청 얻어마셨다. 매일 밤 늦게까지. 일요일에 어머니가 절·대·로 단식하지 말라고 다시한번 다짐을 받으신 후 내려가셨고, '약속은 약속일 뿐 지키지 말자'라고 외치면서 계획과 식단을 짜고 회복식 때 필요한 식료품들을 '한살림'에 주문했다.

감식 첫날.
일어나서 거실에서 운동을 간단히 한 후 냉온욕을 했다. 물이 어찌나 차던지 냉수마찰을 끝내고 나니 온몸이 벌겋다.
아침을 밥 3~4숫가락 정도에 나물, 된장국으로 먹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먹는게 일반적이긴 하다.
점싱을 건너뛰려 했으나 홍대앞에서 친구를 만나 일마레라는 곳에가서 그 친군 스파게티에 단호박 스프까지 시켜서 맛있게 먹고, 커피까지 마셨는데, 난 야채 스프만 시켜 먹었다. 친구에게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담에 끝나면 맛있는거 같이 먹어줄께.
평소에 돌아다니다 끼니를 건너뛰는 경우도 있어서 그런지, 그것만으로도 저녁까지 별 허기를 못느꼈다. 저녁엔 동료들 식사하는데 따라가 밥 한그릇만 더 시켜서 그중 1/3공기만 나물에 먹었다. 어찌 그리 꿀맛이던지, 와~ 지금 생각하니 그때가 좋았다. 참 맛있었는데...

감식 둘째날 (첫 위기)
여수에 출장을 가기로 했는데 친하게 지내는 형이 같이 가잔다.(이 형은 외과전문의로서 병원을 옮기는 중간에 2일간의 백수생활을 했음. 가끔 같이 술을 마시는데 내가 단식한다고 했더니 한달후에나 보자고 했었다. 에이 치사해)
아침은 첫날보다 적게 먹었고, 휴게소에서 형은 된장찌게를 시켜 맛있게 먹었는데 난 밥 한공기만 추가해 2/3는 형주고 1/3공기만 먹었다. 형이 계속 꼬신다. '야, 어묵하나 먹을래? 우동은 어때?' 그러나 난공불락. 굳건히 물만 마시며 여수까지 갔다. 참고로 내차는 수동인데 그 형은 오토만 몰아봐서 오며가며 줄곧 나 혼자 운전했다.
여수에 도착해 형은 친구를 만나러 가고 난 몇몇 고객들을 방문한 후 친구를 만났다. 저녁을 먹으러갔는데, 원래대로라면 회나 석화(굴)구이를 먹으러 갔을텐데 내가 단식을 한다고 했더니 친구가 산채 비빔밥 집을 데려간다. 거기서 우린 밥 하나를 시켜서 내 친군 2/3공기에 너무도 맛있게 생긴 온갖 나물들을 작뜩 넣고 봄동 겉절이까지 넣어서 맛있게 비벼먹었고 난 1/3공기를 서너가지 나물에 꼭꼭 앂어서 먹었다.
여기까진 참을만 했는데, 2차로 노래방에 갔다. 그런데 이 노래방은 특이하게 양주와 맥주가 다 나오고 온갖 안주에 옆에서 아가씨가 술까지 따라준다. 문제는 기본이 맥주 20병에 안주 3개. 내 친군 술을 잘 못마신다. 내게 술을 따라주고 마실 것을 권하는데, 맹장 수술했다고 핑계대고 한잔도 안마셨다. 안주는 겨우 배 두조각. 아~ 밥보다 권하는 술 거절하는게 몇곱절 어려웠다. 술을 안마시니 정신이 말똥말똥해 노래가 별로 흥이 나질 않는다.
2시간만에 무려 40병의 맥주와 안주 7개를 해치우고...누가 이렇게 먹었냐구? 정말 모를일이다. 내 친구는 아마 4잔정도 마신 것 같구, 난 한잔도 안마셨고..그럼 술이 다 어디로 같나. 그 아가씨들 참 대단한 주량이야. 으이구 참아야지.
여관에 들어오니 10시 30분밖에 안되었다. 형은 한잔했는지 기분좋은 표정으로 12시가 넘어 들어왔다.

감식 세째날
서울에 11시까지 가야하기에 새벽 6시 15분에 여관을 나섰다. 휴게소에서 형은 아침으로 우동을 시켜먹었고 난 물만 마셨다. 아니 정확히 하자면 우동국물 딱 한모금 마셨다. 그리곤 non-stop으로 달려 10시에 서울 요금소를 통과했다.(거의 날랐지, 이 글 경찰청에서 보면 안되는데...) 3군데를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프다. 오후 3시경에 종로구청 옆 리마빌딩 지하의 죽집에 가서 야채죽을 먹었다. 반만 달랬는데 조금 양이 많은 듯 했다. 남길까 하다가 미안해서 다 먹어버렸다. 그리곤 저녁에 집에 와서 아내가 긇여준 쌀죽을 먹었다. 좀 너무하더구만. 죽끓이라 했더니 물 많이 붓고 쌀만 끓이다니.
원래는 물을 잘 안마시는 체질이어서(하루 밥 먹을 때 포함해서 200ml정도 마시나?) 그런지 이틀동안 매일 2ℓ의 물을 마시려니 이것도 고욕이다. 차라리 맥주라면 잘 마실텐데.

감식 네째날
아침에 일어나니 약간 어지러움 증상이 있다. 몸무게를 재보니 앗 3kg이 떨어졌다. 냉온욕을 하고 아침에 간단히 쌀끓임을 먹은 후 점심은 건너뛰었다. 점심 때 상담을 하는데 눈앞이 약간 어지러웠다. 글씨를 쓰는데 손목에 힘이 없다. 마치 낮술마신 것처럼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말머리를 놓칠 때도 있고. 그래도 4시간 정도의 상담을 마라톤식으로 했더니 정신이 몽롱하다.
오후늦게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영국에 가있는 친군데 학회 참석차 귀국하여 인천공항이랜다. 읔, 큰일이군. 친구 한놈을 더 불러 10시가 다되서 회집에 갔다. 영국에는 회집이 별로 없어 회가 먹고 싶었대나? 평소에 좋아하던 세꼬시 집에 데려갔는데 그 친구 혼자 회먹고(다른 친구는 너무 늦어 저녁을 먹고와서...1kg을 혼자 다 먹더군. 부러운 넘) 난 미역국만 두그릇이나 비웠다. 친구에게 너무 미안했다. 술도 혼자만 먹이고, 그 많은 회를 혼자 다먹게 하다니...'회 고문'이었지. 그래도 물고문보다 낫지. 군침을 삼키면서 먹고싶은걸 참아서 그런지 집에 돌아올 때 침을 삼키니 목이 부었는지 약간 아프다.

어릴 때 생각이 났다. 그 땐 집이 가난하고 형제들이 많아(6남매) 소풍을 가면 아직 학교에 입학하지 않아 소풍을 못가는 동생들을 위해 음료수(환타)를 남겨와야 했다. 그리고 과자 사먹으라고 50원을 주셨는데, 그 더운날, 음료수는 아껴마신 후 동생들을 위해 더 마시고 싶어도 남겨두고 침만 삼켰고, 소풍날이면 으레히 따라오는 아이스께끼 장사의 아이스께끼가 그토록 먹고 싶었지만 돈이 아까워 바라만 보고 침만 삼키다 집에 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목이 부어서 밥도 제대로 못먹었었다. 내 경험상 침이 소화에는 도움에 될 지언정 군침은 목에 별로 좋지 않읏 듯 하다.

감식 마지막날
몸이 가벼워진 탓인지 6시도 안되어 눈이 떠졌다. 냉온욕과 운동을 하고 온식구가 구충제를 먹었다. 먼저 일어난 큰 녀석(8살)에게는 꿀꺽 삼키게 하고 늦게 일어난 작은 녀석(5살)에게는 씹어먹으라고 했더니 큰 녀석이 왜 자기는 싶어먹게 안했느냐고 항의한다. 그래도 뱃속의 별레가 다 죽었다고 좋아했다.
어제 도착한 '한살림'의 생식으로 아침을 간단히 떼웠다. 그리곤 점심은 건너뛰었다. 이틀 연속 마그밀을 아침저녁으로 먹어서 그런지 4일만에 첨 화장실에 갔다. 소변은 자주 보는데 색깔이 거의 물에 가깝다.
엄청 막히는 고속도로를 타고 신갈에 다녀오니 배가 너무 고파 약간 어지러웠다. 최후의 만찬(?)을 어떻게 먹을까 하다가 마침 여의도에 약속이 있어서 며칠전 보아둔 죽 전문점에 가서 야채죽을 시켰다. 이 집도 내가 반만, 진짜로 반만 달라고 했더니 별반 차이가 없게 많이 준다. 할 수 없이 반만 먹고 남겼다. 같이 나온 동치미가 넘 맛있어 다 먹어버렸다. 후배를 만나 찻집에서 뭘 마실까 고민하다 꿀차를 마셨다. 배속이 든든하더군. 그 녀석은 십전대보탕을 마셨다. 우습군.
밤 12시 반이 넘었는데 잠이 안오네. 바쁜 토요일을 위해 그래도 자야지. 그런데 걱정이네. 내일부터 본 단식인데 칠순잔치에 모레는 돌잔치에 초대받았는데..(카메라 맨으로)
매일매일 시험의 연속이군. 신이여 절 시험하지 마소서.
내일부터는 생수로만 5일간 단식을 할 예정이다. 잘 이겨내야 할텐데.
감식은 별 어려움이 없어 주로 일상생활 위주로만 적었지만 단식때부터는 신체의 변화와 고통을 중심으로 적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