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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단식을 하며... 이름: 김창균 · 2004-06-18 01:03 · 조회 17
단식을 한 기억이 6개월은 지난 것 같다.
매일 매일을 바쁘고, 피곤하게 살지만.. 요새는 점심에 탁구를 치지 않고 동산을 산보한다.
4월부터 정말로 많은 꽃들이 피고 지고 있는데 자연의 모습이 경이롭다.
지금은 엉겅퀴의 보라색 꽃들이 지기 시작하여 실타래 같은 허연 흔적을 감고 있고
은방울 꽃, 붓꽃, 죽단화도 지고, 예년보다 풍성하게 핀 지혜를 상징하는 연꽃은 아직은 괜찮다.
섬초롱꽃, 옥잠화, 분홍 바늘꽃, 중나리, 가는 기린초 등이 화사하게 피어있고...
이보다 더욱 아름다운 것은 초록의 변화를 보는 것이다. 꽃의 향기는 다가가서 코로 맡지만
나무의 향기는 온몸으로 맡게 된다. 그 향기를 맡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걷는다.

원래는 이번 달 초에 단식을 하려 하였지만, 술자리 모임, 출장 등 여러가지 일이 겹치는 바람에
미루다 미루다 드디어 과감하게 그제부터 시작하였다.
이번까지 세번의 단식에서 주로 내가 시작하는 날은 술이 떡이 되게 마신 다음 날부터다.
그제 공기밥 두끼, 어제 죽 세끼, 오늘은 반 정도로 죽을 세끼 먹을 생각이다.
컴 앞에 너무 오래 앉아 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현재 손목과 발목, 목에 기가 잘 흐르지 않아 약간의 통증을 포함한 냉기가 느껴진다.
친한 동료 후배가 2개월동안 독일에 간 사이에 단식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1주일에 2-3일 정도 같이 술을 많이 마심 - 아마도 내 탓인 것 같은데...)

요새는 아내를 돕는 것도 되지만 도시락 대신에 점심을 굶고 있다.
대신 동산에서 나무가 뿜는 에너지를 몸으로 받고자 천천히 완보를 한다.
인간은 참 많이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북녘 동포를 포함하여 너무나 많은 생명들이 굶고 있는데.. 식탐을 줄이기로 하였다.

어제는 밤에 야근을 하지 않고 아내와 함께 오랫만에 산책을 하였다.
(사실은 그저께 (어제 새벽) 너무 늦게까지 일하다 해뜨는 것을 보면서 집에 가 너무 피곤하였다.)
모기에 너무 많이 물리는 체질이어서 주파수를 이용한 모기 퇴치기를 몸에 붙이고 걸었는데
다행히 모기에 물리지는 않았다. 아내는 요새 둘째 아이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내가 아내의 스트레스를 받아 주는 도리 뿐이 없는 듯하다. (나도 쌓이지만...)
어제 저녁에는 식탁에서 아이들에게 한사람의 신경질은 곧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쉽게 전파가 되니
서로 신경질 내지 말자고 (아빠의 단식 기간 중에 협조 부탁) 이야기를 했는데 잘 지켜질지 모르겠다.

에비 단식 마지막 날, 오늘 6시에는 니시시 운동과 40분 걷기로 시작을 하였다.
물론 어제 마그밀도 먹고 묽은 변을 보기도 하고, 찬물로 샤워를 하고 출근을 하였다.
오늘은 비가 와서 산보를 하지 못하고 물끄러미 창밖에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본다.

인생에는 궂은 날과 맑은 날이 있는데, 나의 살아온 길은 어떠했을까?

추담

박근수 · 2004-06-21

인생의 비바람은 나를 정화시켜주는 부처라고 그러던 어느 선사
글이 떠오릅니다. 다시 뵈오니 반갑습니다. 추담선생님..

'주파수를 이용한 모기퇴치기'라 참 재미있는 물건을 만든
사람과 이를 쓴 후일담이 기대됩니다. 인간이 주파수를 이용한..

길손이 장자에게 묻습니다.
- 道란 것이 어디 있습니까?
* 없는 데 없지
- 어디라고 딱 집어서 말씀을 해야지요
* 도루래, 개미, 흙에 있지
- 왜 그렇게 아래로 내려갑니까?
* 당신의 묻는것이 어찌 그리 거죽에만 있는가
아랫부분에 살이 있으면 등심이나 엉덩이에 살이 많을 것은
정한 이치.. 도를 어디라고 한정해놓고 말할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오늘도 여전히 창 밖에 비는 내리고..
따스한가.. 차가운가..푸근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