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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에 대하여 이름: 이광열 · 2005-05-10 04:33 · 조회 139
이창묵/인터넷 통신원,                                                 미국 로체스터대학 메디컬센터 박사후 연구원 
2005년 2월 26일                                                                            changmuk@hotmail.com  
 
카톨릭 신자들은 잘 아다시피 지금은 사순절(四旬節) 기간입니다. 신자들은 예수가 광야에서 40일간 굶주림에 고통받은 것을 기억하고 회개의 의미로 머리에 재를 바르는 행사를 합니다. 예수는 40일간 단식을 하면서 배고픔을 이용한 악마의 유혹과 싸웠습니다.

종교인이든 아니든 우리 모두는 배고픔이 어떤 감정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에서 이 감정이 시작되는지 과학적으로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합니다. 대체로 우리가 느끼는 배고픔은 두뇌의 시상하부(視床下部)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위장이 비어 있는 것이 배고픔의 시작이지만 실제로 배고픔은 더 복잡해서 감정적이고 물리적인 신호의 복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개고기를 먹지 못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생리적으로는 배가 고프지만 그것이 음식 섭취로 연결되지 않는 사례입니다.

음식은 소화기관에서 분해해 근본 구성물질인 포도당 형태로 변화됩니다. 이 포도당이 소장의 벽을 통과하여 혈액 속에서 순환합니다. 포도당은 세포가 가장 좋아하는 에너지원입니다. 영양분이 과잉 공급되면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해서 탄수화물(특히 글리코겐) 형태로 간과 근육세포에 저장합니다.

배고픔은 혈액 속의 포도당 성분이 감소하면서 시작됩니다. 세포는 활동을 위해 끊임없이 포도당을 소모하는데, 그 결과 혈액 중에 있는 포도당의 절대 농도가 줄어들게 됩니다. 식사 후 어느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혈액 중 포도당 농도가 줄어들어 저혈당(hypoglycemia) 상태가 됩니다. 이 상황이 되면 우리의 몸은 즉시 췌장에서 글루카곤(glucagons)을 분비해서 미리 저장한 글리코겐을 포도당 형태로 다시 분해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당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는거죠. 즉 인슐린과 글루카곤 호르몬의 상호 조절 기능이 혈액 내의 포도당 농도를 적절한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배고픔의 강도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의 상호 작용 가운데 글루카곤의 작용만 지속될 때 점점 더 강해집니다. 글루카곤 호르몬은 근육세포와 간세포에 저장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변화시키지만,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지방을 태워서 포도당으로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만약 지방마저 부족한 상황이 되어 저혈당이 계속 유지되면, 마지막 수단으로 신체에서 강제로 포도당을 만들어냅니다(이를 Gluconeogenesis라고 합니다). 이 과정은 우리 몸에서 이용가능한 거의 모든 물질을 재료로 사용하여 세포의 가장 기본적 활동을 유지 시키는 단계입니다. 이때쯤 되면 보통사람들은 즉시 음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갑니다. 두뇌에서 배고프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기 때문이죠.

그러나 종교적이거나 여타의 어떤 상황 때문에 식사를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신체를 구성하는 근본물질, 즉 단백질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으로 쓰게 됩니다. 그러므로 심하게 굶주려서 단백질 성분이 많이 감소한 경우라면 세포의 기능이 많이 약해져서 질병에 쉽게 노출됩니다.

마지막으로 단백질마저 끝이 보이는 시점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우리 몸의 신경세포와 두뇌가 서서히 정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강도를 더해오던 배고픔도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되는데, 이때 사람은 죽게 됩니다. 과연 배고픔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기에 우리가 식사 때마다 일용할 양식을 만든 농부와 하늘에 감사하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