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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6일 째... 이름: 정순용 · 2002-04-25 02:13 · 조회 23
처음 이 사이트에 들렀던 것은 꽤 오래전이었습니다. 그냥 웹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들렀죠. 대충 글들을 읽어보고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무척 바쁜 생활을 하던 중이라 실제로 단식을 한다는 생각까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이라 일이 좀 많은 편입니다. 논문도 봐야하고, 일도 여러 가지 맡아 있고, 석사 후배들도 챙겨야한답니다. 늘 일의 체바퀴 속에서 살아가죠. 물론 이런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제 성격이 예민한 탓도 있고, 제가 살아온 환경이 무척 자유로웠던 시골이었던 점도 있어서 도시적이고 쉴 틈 없는 생활이 좀 많이 답답하거든요. 건강도 많이 나빠지고, 가끔은 삶에 대한 회의도 들곤 했습니다.
어느 날인가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살아온 삶에 대한 이상과, 진리에 대한 추구가 현재의 제 생활과 맡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까닭입니다.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듯한 제 생활에 홀로 부끄러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자유에 대한 갈망이 걷잡을 수 없이 강해지더군요. 학교를 그만 둘 생각을 참 많이 했었습니다만..., 생각이 죄라면 죄 일까요, 생각해보니 인연의 타래가 너무 엉켜져 있더군요. 이미 저는 저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일로, 인맥으로 무척이나 복잡해져 있더군요. 이런 생활을 지속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여기서 그만두고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게 더 부끄러운 것이더군요.
뭔가 지향할 것을 잃은 삶은, 정말 개울에 흘러가는 가랑잎처럼 위태롭더이다. 집착할 수도 없고, 벗어 날 수도 없고... 방황하다보니 우연찮게 예전에 링크해뒀던 이 사이트에 들리게 되었답니다. 단식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게 많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 자신이 바뀌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조금은 갑작스럽게 시작한 단식. 일상생활을 하면서 하는 단식이라 힘들 것은 염두에 두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힘든 것이 하나 둘입니까? 이번에는 저 자신을 아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걱정 근심은 떨쳐 버리고 15일간의 생수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첫날은 아무런 무리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둘째 날과 셋째 날은 출장이었는데 정말 힘이 하나도 없더군요. 정신은 단식을 시작했는데 몸은 단식을 아직 몰랐나봅니다. 의지와 따로 노는 몸을 보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습니다. :)
나흘째는 거짓말처럼 몸이 가뿐해졌습니다. 출장도 다녀왔기에 다시 이 사이트에 들어와서 이런 저런 글들을 읽었습니다. 읽다보니 제가 안한 게 있더군요. 예비단식과 마그밀을 먹는 거였는데, 마그밀을 먹으면 숙변을 잘 눈다는 글에 혹해서 나흘째 날 마그밀을 먹고 말았답니다. 그리곤 하루 반나절동안 정말 죽을 고생을 했답니다. -.-;; 마그밀이 수분 흡수를 막아버리니 갑자기 탈수증이 온 것입니다.
무척이나 괴로웠습니다. 그만 두어야하나 그만 병원에 가보아야 하나 고민을 했었지만, 담담히 저 자신을 믿기로 했습니다. 제 몸이 스스로를 치유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기로 했죠.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도 있지요. 무력감과 어지럼증에 온 몸을 맡겨둔 채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좀더 삶을 깊이 있게,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뭔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단식을 끝내면 자유롭게 살기로 했습니다. 이제껏 사회가 나를 구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를 구속한 것은 사회가 아니라 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경직된 생각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면 전과 같은 답답함을 느끼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6일째입니다. 괴로움도 가시고 다시금 맑은 정신으로 돌아왔습니다. 보름 단식예정이니 아직 9일이 남았군요. 또 얼마나 힘든 일들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이젠 마음이 담담해져서 그런 것에 대한 걱정은 없답니다. 단식을 시작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만 듭니다. :)
참, 이제 단식이 끝나면 회복식에 들어 가야하는데 제 처지가 미음을 끓여 먹을만하지 못해서(기숙사 생활을 하는 관계로...) 회복식으로 선식을 조금씩 먹을까 합니다. 괜찮을지 모르겠군요. 먼저 단식 해보신 분들의 조언 부탁 드립니다.
그럼 좋은 나날들 되시길... :)

해피 · 2002-04-25

7일째 - 성공하셨군요.
좋습니다 .
포항에 계신가요?.

선식도 좋습니다.
생식도 권합니다 .
(선식은 익힌것 - 생식은 생것)

회복식2일째까지 - 미음을 드시는 것을 권합니다.
방법: 포트에 밥 한 숟갈 넣고 물 넣고 삶으면 됨
생식으로 서서히 교체하여 주세요.

단식에 대한 체험은 평생 기억에 남습니다.
건강에 대한 개념이 바뀌게 됩니다.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병원의지 않고 - 의료비 엄청 절감)

좋은 하루.

정순용 · 2002-04-25

격려의 답 감사합니다.
오늘이 7일 째인데 어제 보다 몸이 약간 더 좋아 졌어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눈이 좀 밝아졌답니다. 근시가 심해서(0.3좌/우) 잘 보지 못하는데, 오늘은 사물이 좀 더 선명해 보입니다. :)

그런데 아직은 몸에 힘이 없답니다. 계단 오르는 것도 힘들고... 뛰는 것도 힘들고.. 운동은 교정(敎庭) 따라서 걷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피곤해서 한가지에 오랫동안 집중하지를 못하겠어요. 논문이나 프로그램일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네요. -.-;;

그리고, 해피님 말씀대로 미음을 만들어 먹기로 했습니다. 학교 편의점에 햇반을 파니까 그걸 사다가 코펠에 끓여 먹으면 될 것 같아요. ^^; 괜찮겠죠?

참, 저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분들도 그런 것인지 모르겠는데, 생식 4일째부터 소위 '사람냄새'라고 불리는 냄새를 느낍니다. 좀 역겨운 냄새인데... 예전에 단전호흡을 하면서 한동안 기몸살에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느꼈던 냄새입니다. 도장 선생님 말씀으로는 제 몸이 맑아져서 다른 사람들의 탁기를 냄새의 형태로 느낀다던데... 모든 사람들에게서 맡는 것은 아니고, 장에 탈이 있는 사람에게서만 맡을 수 있습니다. 휴.. 복인지 화인지 모르겠습니다. 도장 선생님께서는 제가 강하지 못해서 그런 냄새에 휘둘린다고 꾸짖으셨는데... 후훗.. 그때가 조금 그립네요. :)

음, 근데 제가 포항인거은 어찌 아셨는지?? 아.. 메일 주소에 postech이 나오는군요.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길...~

해피 · 2002-04-26

냄새,
당근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정말 정말.....
정확하게 누구의 냄새인지를 구분이 가능합니다.
개의 예민한 후각을 닮아갑니다.
후각이 예민해 진다는 것은 신경이 살아난다는 증거입니다.
시신경도 같은 맥락에서 살아나고 있다고 보시면 ......

정말 힘이 듭니다.
피곤하면 하루종일 누워서 지내셔도 됩니다.
산책과 휴식을 번갈아 반복하세요.

자신을 칭찬하여 주세요.
자신을 용서하여 주세요.
자신에게 더 큰 기회를 주세요.
이번 기회에 경험하는 체험은 평생 기억에 남게 될 것입니다.
단식 때 한 생각은 나머지 인생을 통하여 서서히 이루어 집니다.

"21세기는 인간 건강에 대한 학문이 크게 융성할 것이다. 의사보다는 보건 ,건강 전문가가 더욱 필요한 세상이 올 것이다 "

-캐나다 워털루대학 제임스 다우니 총장-

워터루 대학 졸업생은 마이크로소프트에 가장 많이 취업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