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정혜인(43세, 용인거주)
메일:teschung@orgio.net
직 업:프리랜서작가, 출판업무,번역, 환경운동
몸상태:치질
직접쓴글:41꼭지,
답 글:약 1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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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정보만 덥석덥석 받아갔지, 제대로 제 소개를 드린 적이 없군요(그동안 무례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이구요.
나이는 마흔셋이고, 용인에 삽니다.
서울을 떠나 이곳으로 이사온 지 2년쨉니다.
근 20년째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구요.
좀더 자세히 설명을 드리자면 출판기획, 편집, 교열교정, 대필, 번역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프리랜스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은 꽤 있는 편이구요. 집에서 컴퓨터로 일을 합니다.
요즘은 파일 주고받는 일이 수월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서울로 나갑니다.
거래처도 가고, 사람도 만나고, 충무로 근처의 출력소나 인쇄소도 들러고, 일 정리도 하며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사회 문제 전반에 걸쳐 관심이 많은 편이구요.
주로 환경, 장애우인권문제, 미군(소파 개정)문제, 정신대, 프리티벳, 안티조선 들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활발하진 않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어 부분적으로 참여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수행법에 자꾸 마음이 가서요, 요가, 위파샤나, 명상 등에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단계로 관련 서적이나 정보들을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제가 워낙 느리고 게을러서요. 아직 제 생활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무작정 시작한 첫 번째 단식을 통해 단식도 하나의 수행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단체'를 알게 되어 기쁘고 반갑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목록제목이름본문전체ANDOR
정혜인님의 '단식중'게시판의 글과 답변글을 검색하여 보실 수 있습니다 .
첫 번째 단식,
6/25-6/29일까지 생수 본단식(예비단식 없이 바로 본단식으로 들어갔음)
6/30-7/4일까지 1차 보식(잘 해낸 것 같음)
7/5-7/9일까지 2차 보식(담배를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크나큰 실수를 저지름)
7/10-현재까지 자연식 위주의 식사(매운 맛도 즐기고, 더러 생선도 먹고 참기름이 들어간 나물도 먹고 냉면도 조금 먹었거든요. 그리 잘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5일 생수 단식 기간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위경련 때문에 시작한 단식이었지만 편두통도 사라지고 무겁던 몸도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치주염으로 부어 있던 잇몸도 상태가 많이 좋아졌구요. 아, 그리고 손발에 땀이 아주 많이 났었는데(특히 손은 흥건히 젖을 정도, 악수를 할 때면 늘 신경이 쓰였지요.) 말끔히 사라졌네요. 손바닥이 늘 까슬까슬한 게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어, 손바닥에 땀이 안 나잖아!' 어제서야 그런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워낙 몸의 변화에 둔감했던 모양입니다. 아프면 아픈 대로 좀 참고 사는 습관이 몸에 밴 것 같습니다. 머리나 가슴 때문에 몸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조만간 수술을 받지 않으면 심각할 수도 있다고 한 의사의 말도 무시한 채 미루고 미루었던 치질을 이 기회에 뿌리뽑고자(이건 순전히 제 각오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생수 단식 10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직업이라 치질로 고생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고통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바쁘신 가운데도 도움말씀 주신 해피 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고맙습니다.
두 번째단식,
의 계획을 잡아보았습니다.
7/15-7/19일까지 예비단식(이번에는 구충제, 마그밀 꼭 먹기, 담배를 최대한 빨리 멀리하기)
7/20-7/30일까지 본단식(우선은 10일로 잡았지만 병세에 따라 더 연장할 수도 있음)
7/31-8/9일까지 1차 보식(잘 할 수 있을 거라 믿음, 이 기간에 백초효소와 녹즙을 먹어도 되는지?)
8/10-8/19일까지 2차 보식(음식물이 들어가는 이 때쯤 담배 생각이 날 걸로 예상됨, 지난번처럼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8/20-9/20일까지 3차 보식(이후에도 거의 자연식으로 식사를 할 예정. 지금도 별로 고기, 빵, 라면 같은 인스턴트 식품은 생각 나지 않음. 과자나 간식은 원래 즐기지 않음. 워낙 좋아하는 해산물이 문제인데 생선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찾지 못했음.)
계획 대로라면 이 여름이 다 가겠군요.
몸과 마음이 모두 풍요롭고 여유롭게 가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이 여름을 잘 보내야겠습니다.
첫 번째 단식 체험기는 그날그날 단상들을 적어놓은 것을 기초로 문장을 만들고 연결을 시키고 했더니 별로 생생하지가 못했습니다. 사실 정리를 하면서 혹시라도 군살을 붙이게 될까봐 조심스러웠거든요.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명현반응이 그렇게 심하지 않을 거라 보고, 그날그날 정리해서 글을 올리도록 애써 보려 합니다.
저처럼 다른 분들도 '나단체'를 통해 몸과 마음이 거듭 나는 행운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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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단식 첫쨋날(7/15)
예비단식이라 뭐 별로 올릴 만한 거리가 없네요.
그래도 정리해 봅니다.
아침 : 효소 한 잔
점식 : 잡곡밥 1/3 공기, 콩나물된장국, 김치, 다시마. 비름나물, 갈치젓갈, 상추.
저녁 : 잡곡밥 1/3 공기, 무국, 김치, 다시마식초무침, 도라지나물, 곤약조림.
마그밀을 먹어서 그런지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직행, 치질로 괴롭지만 시원하게 볼일을 보
고 나니 밥 생각이 났다. 5일 생수단식 이후에 꼬박 세 끼를 먹은 탓이다(단식 전엔 하루
두 끼를 먹었음). 하지만 오늘부터 감식에 들어가야 한다.
아침식사 대신 백초효소(변산공동체에서 만든 것으로 백 가지 약초를 넣어서 만든 효소)에
감식초 한 숟갈을 넣어서 마셨다.
입이 심심.
컴퓨터 앞에 앉으니 금방 담배 생각이 난다.
예비단식이 5일이니 오늘은 5대, 내일은 3대, 모레는 2대, 그 다음은 빵빵빵 줄여 나가리라.
정서적으로는 참담하기 그지없는 나의 서슬이 시퍼런 각오와 다짐에 오소소 몸이 떨릴 지경
이다. 이 여세를 몰아 연말까지 버텨야 한다.
오후엔 장애우평등학교에서,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다.
내린천엘 갔다 오는 길이니 모르긴 해도 저녁 시간이 지나야 도착하지 않을까?
그래도 저녁 준비는 해야겠지.
뭘로 하나, 고민되네.
내가 먹을 게 별로 없다 싶으니 남 줄 것도 떠오르지 않는 고약한 심보.
냉장고를 뒤져본다.
시장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잉~ 법성포 굴비가 있으니 그걸로 되겠구먼.
서울에는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고 있다는데, 여기는 별로.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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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단식 2일째(7/16)
5일 생수단식에 이은 예비단식이라 별로 양을 줄일 것도 없고,
아직은 이렇다할 거리가 없습니다.
주변정리나 잔잔하하게 챙겨야 할 것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침 : 효소 한 잔
점식 : 잡곡밥 1/3 공기, 된장국, 배추김치, 해초무침. 상추. 케일, 생된장.
저녁 : 잡곡밥 1/3 공기, 미역국, 물김치, 해초무침, 우엉조림, 감자샐러드.
비가 그치고 구름도 물러갔다.
산에 오르기 좋은 날씨, 바람까지 알맞다.
허리돌리기 300번, 윗몸 일으키기 20번.
가볍게 산을 내려와 벌꿀을 탄 토마토 주스 한 잔을 마셨다.
머리도 맑고 몸도 가볍고 이눔의 치질만 우째 좀 사라져주면 좋겠구만.
맨날 하는 똥간 타령,
이 단식이 끝이 나면 나도 좀 우아하게 살 수 있을라나?
위통으로 시작된 단식에서 내 몸에 대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무시했던 많은 것들을 알았듯이,
치질로 시작된 이번 단식에서도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그게 뭔지, 뭐가 될지, 생각 나는 대로 써보기로 하자(정리가 되는 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단식 기간중에 읽을 책도 미리 준비해두고, 구총제도 미리 사다놓아야지. 잊지 말 것!
오늘도 마그밀 4알, 내일 아침을 평화롭게 맞이하기 위해..
찬물을 마셨는데, 그게 아니라니~~~~~억~
5일 동안 생수 단식을 할 때도 찬 생수만 마셨는데, 무식은 남 주는 게 아니라더니..
몸만 고생을 하고 말았다.
사이트에 들어와서 필요한 부분만 단어검색을 하였더니 요런 결과를 가져왔음이야!
시간 나는 대로 찬찬히 사이트를 둘러볼 것!
필요하면 예비고사 공부하던 실력으로 딸딸 외우기라도 해야겠다.
단식에 관한 책도 좀 준비를 하도록 하고..
다리부기는 많이 빠졌다.
이제 복숭아 뼈도 살아났다.
푸석푸석 약간 부은 듯한 얼굴은 마찬가지,
그렇다고 컨디션이 나쁜 건 아니고, 맨날 그랬듯이 그 타령.
담배를 몇 대나 피웠는지 잊어 버렸다.
아! 내일부터는 그날 피울 담배를 미리 책상 위에 꺼내 놓아야겠다.
내일은 2대였던가?
잠시 확인.
2대라.. 벌써 스트레스를 확확 받고 있다.
그래도 지켜야지.
우아한 가을을 위해서,
이 지구에서 숨쉴 수 있는 남아 있는 날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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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단식 3일째(7/17)
색다른 경험을 했다.
지난번 5일간의 생수단식 때는 그저 고통 속에서(왝왝거리고, 찌푸리고, 짜증나고, 더러 놀랍고, 우울하고, 질질 짜기까지) 보냈다.
내 몸 안을 들여다보는 일, 흥미롭다.
아침 : 효소 한 잔
점식 : 잡곡밥 1/4 공기, 호박된장국, 배추김치, 해초무침. 비름나물.
저녁 : 잡곡밥 1/4 공기, 미역국, 물김치, 우엉조림, 표고버섯나물(참기름 넣지 않은 것으로)
사이사이에 효소 한 잔 더 마시고,
죽염에 찍어서 큼지막한 삶은 감자 1알 먹었고,
저녁엔 포도와 방울토마토도 조금 먹었다(어제그제도 과일을 먹었는데 빠뜨리고 쓰지 않았음).
마그밀 덕분에 볼일을 잘 보았다.
상처가 조금 아물어서 그런지 욱씬거리던 통증도 거의 가라앉았다.
이만만 해도 살겠는데,
오늘은 책상에 착 달라붙어서 밀린 일들에 속도를 붙여보자.
근데 궁하면 통한다더니,
담배가 모자라니 희한한 방법이 떠올랐다.
담배 없이 화장실에 앉았는데, 마치 담배를 피듯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를 반
복하고 있었다. 가만보니 끝까지 내뱉는 날숨에서 순조롭게 볼일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냥 심심해서 담배 피는 흉내를 내 본 것뿐인데,
배변과 호흡에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해피 님께서 치질은 전신질환이라고 하셨는데, 이제 쬐끔 이해가 가는구먼.
그저 위와 대장 정도의 관계만 생각했었는데..
내일도 마찬가지로 그런 효과가 있는지 몸안의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겠다.
비슷한 경험을 산에 올라서도 하게 되었다.
평소엔 허리돌리기를 하는 동안 그저 숫자를 헤아리며, 뭔가를 생각하며, 멍한 시선으로 숲
을 바라보는 정도,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저절로 눈이 감겼다.
잠시 생각의 끈을 놓지 못해 비좁은 통로 같은 것을 통과한 듯(뭔가 더 나은 표현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그 다음은 온갖 주변의 소리가 빨려들 듯 머리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을 하는데, 멀리 산 아래서 들려오는 세상이 움직이는 소리, 삐걱대는 발판 소
리, 새 소리, 벌레 소리, 잔잔한 바람 소리, 이파리가 부대끼는 소리, 그 다음이 놀랍다.
내 몸 안에서 나는 소리, 투둑, 뚝, 꾸르륵, 두두두둑, 이게 다 뭐지?
맨날 이런 소리를 내고 다니는가? 내가?
몸안도 세상 못지않게 시끄러업구우나아~~~~~~.
*글 올리려고 하는데 메일이 왔다는군요. 전교당? 누구신지?
아하! 박근수 님, 아직 깨어계시는군요.
그냥 이어서 쓰겠습니다. 오래전 어문각에서 나온 이제마 선생의 책을 만든 적이 있어 그 분의 사상이나 체질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알고 있는데요. 그 체질을 알아보는 방법과 체질식에 나오는 음식들이 한의사들마다 좀 다른 것 같아서요. 대광 것을 권해주셨군요, 내일 준비하도록 하지요.
그리고,
입이 쓰거나 어지럽거나 그러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저도....
한 개 주면 두 개 달라, 그러는 게 문제지요.
한 가지 더..
매운 맛은 짬뽕까지는 아니구요.
제가 단식하느라 고생한 가족들을 위해서 매운탕을 끓였는데요.
국물 한 다섯 숟갈 정도 하구요, 그 안에 들어 있던 호박이랑 무 몇 조각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아직 살아 있지요.
늦은 시각에 주신 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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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단식 4일째(7/18)
아침 : 효소 한 잔
점식 : 잡곡밥 1/4 공기, 시금치된장국, 호박나물
저녁 : 잡곡밥 1/4 공기, 아욱된장국, 시금치나물.
효소와 생수를 많이 마셨고,
오후에는 포도와 방울토마토를 먹었음.
힘이 딸린다. 5일 단식에 이은 감식 탓일까?
파란불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쪼그리고 앉았다.
여전히 냄새에는 민감한 듯, 배기가스 냄새가 역겹다.
걸어서 서점과 은행을 갔다왔다. 약국에 들러 회충약도 사고,
김동극 선생의 을 샀고, 전교당께서 권해주신
는 없단다. 동네 작은 서점이라 며칠씩 기다려서 다시 나와야 하고, 주문도 어렵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이 더 빠를 듯. 할인도 받고..
을 들고 앉은자리에서 '단식 후의 생활'까지 한 절반 정도 읽었다.
지난 번 5일간 생수단식의 악몽들이 책의 내용과 연결이 되면서 주욱 떠올랐다.
심했던 구토와 메스꺼운 증상은 마땅히 위가 좋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고(110쪽),
춥고 어지럽고 나른하고 무겁고 가려웠던 것은 담배를 위시하여 42년 동안 켜켜이 쌓아온 많고 많은 독소들과 노폐물들이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쳤음이요(109쪽).
설태가 심했던 것도 위가 좋지 않았음이다(107쪽).
마구 넘어오던 누렇고 검은액을 두고 똥물이라고 하는 건가, 뭔가 했더니, 담즙이었단 말인가?(111쪽) 본단식 5일째(마지막 날)에 있었던 일이라 자연스럽게 다음날 미음을 먹었고 더 이상의 구토는 없었지만 내 평생 그렇게 쓴맛은 처음이었다.
미리 책을 읽고 잘 준비된 상태에서 첫 단식을 했더라면 불안감도 덜하고 그때그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마음의 준비도 주변 정리도 첫단식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담배에 대한 어정쩡한 태도도 버렸고(사실 이건 공식적인 발언이고, 공복에 피는 첫 담배의 그 아찔한 맛을 아시는지요, 무지 그리워 할 거라는 거, 무지 힘들 거라는 거, 해피 님, 말로서나마 푸는 이 괴로운 심정을 헤아려주소서. 담배에 관한 한 첫 단식 때보다 더 힘들 거라는 거 각오하고 있습니다. 첫단식 때는 심한 명현 반응 때문에 본단식 중에는 거의 쓰러져 있는 상태였으므로 담배고 뭐고 아무 생각이 없었거든요. 이번에는 명현 반응이 좀 덜할 거라고 본다면 담배 생각이 아주아주 많이 날 거 같습니다.) 단식으로 치질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데 대한 믿음도 생겼고(단식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병에 치질이라는 낱말이 확실하게 나와 있더군요. 118쪽과 119쪽에 걸쳐서, 아, 물론 해피 님의 도움 말씀에 힘입은 바 큽니다. 재확인이 되었다는 이야기), 단식은 단지 질병의 치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마음자리의 문제이며, 수행하는 자세(이제 겨우 개념 정리를 하고 있는 단계지만)의 차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차 보식기간 중에 다리가 부은 것에 대한 궁금증도 나름대로 해석을 내려 볼 수 있었다.
71쪽에 보면 제2보식기에 과식하면 얼굴과 몸이 붓게 된다는 말이 나와 있고, 원래 2식을 하던 사람이었다면 3차 보식기간에도 마땅히 2식이라야 하고(단식 전에 자신이 먹던 양의 몇%, 이런 식인데..) 특히 변동훈 스님의 보식법(71쪽)을 보면 1일 2식의 현미 채식과 소식을 권하고 있었다. 근데 난 사이트에 나와 있는 보식법(2차 보식에 보면 '밥은 반 공기 세 끼'라고 나와 있어 양은 줄여서 먹었지만 세 끼를 꼬박 챙긴 것이다.)에 써 있는 그대로 따라 했다. 딴에는 아주 착실하게 써 있는 대로 잘 하느라고,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 먹다보니 하루 3식이 되었고 단식 전에 워낙 2식에 소식을 했으므로 그 양이 나에게는 과식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나름대로 해보았다.
꼼꼼하게 분석하고 따져보고 공부해서 자신에게 맞는 단식법을 찾아야 하는데 놓친 것이 많았다. 먹고 싶은 것을 참지 못해 먹었다면 덜 억울하겠는데 모르고 그랬다니 이렇게 멍청한 짓을.. 단식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다. 부끄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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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단식 5일째(7/19)
아침 : 효소 한 잔
점식 : 쌀밥 1/4 공기(집이 아니라서 어쩔 수가 없었음), 된장국, 호박나물, 열무김치
저녁 : 효소 한 잔
효소는 중간에 두 번 더 마셨고 생수는 아예 들고 다니면서 마셨음.
계속 해서 마그밀을 먹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화장실 가는 일이 그리 힘들지 않다.
치질의 상처도 어느 정도 아물어서 통증이 많이 가라앉았다.
오늘도 산에 오르지 못했다.
일이 생겨서 지방을 다녀왔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거의 5시간을 운전대를 붙잡고 있었더니 온몸이 뻐근하다.
특히 왼쪽 어깨 부분이 많이 아프다. 간간이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온다.
이제 내일부터 본단식에 들어간다.
빠진 것은 없는지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지쳐서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잤다.
밤늦은 시간에 잠깐 일어나 마그밀 4알을 먹었다.
구충약은 내일 아침에 먹기로 한다( 63쪽/본단식 첫날 아침에 반드시 구충약을.. ).
아, 근데 이 무슨.. 변고.
걱정을 할 일인가? 아니면 반갑다고 해야 하나?
남편이 함께 단식을 하겠다고 한다.
예비단식도 없이 곧바로 본단식으로, 내일부터, 나랑 같이.
동지가 생겨서 기쁘긴 한데, 일이 걱정된다.
원고마감일이 훨씬 지났고 예정된 출판일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일을 어쩌려고 그러는지.
물론 김동극 선생은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에겐 더 없이 좋은 기간이라고 하셨다.
선생도 단식 기간 중에 이 책을 썼다고도 하셨다.
그래도 걱정이 앞선다.
엄마가 식사준비로 고생을 좀 덜하게 되긴 했다.
혼자서라도 잘 챙겨 드셔야 할 텐데..
후두둑 비가 쏟아진다.
생각이 많은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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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첫쨋날(7/20)
온수 목욕()을 정성껏 하고 잔 탓인지 아주 달게 잠을 잤다.
지난 번 단식과는 달리 몸도 마음도 평화로운 가운데 본단식에 들어가게 되어 아주 행복한
아침이다.
눈을 뜨자마자 구충제를 먹었다.
그 다음은 곧바로 화장실로 직행,
이제 담배 없이도 제법 볼일을 잘 본다.
유치원에 새로 입학을 한 기분, '저 잘했지요?'
대견하게 여겨지고 자랑하고픈 일.
물론 마그밀이 1등 공신이겠지만 호흡을 길게 내뱉는 것 또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동극 선생께서 기술해 놓은 요가 호흡법( 88쪽)을 어제부터 하고 있다.
잘되고 있는 것 같진 않지만 열심히 흉내를 내고 있다.
깊고 긴 복식 호흡이 인간 본연의 호흡이라는 말씀에 충격이 컸다.
짧아지고 얕아진 호흡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지가 제법 되었는 데도(평소에 담배를
피거나 오르막길을 걸어보면 알 수 있다.)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내겐 아주 흥미로운 호흡
법이다.
날짜를 3일 앞당겨 생리가 시작되었다.
생리가 끝날 때쯤 단식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래저래 미루다보면 기회를 놓칠까봐..
허리가 아프기도 하고 두통이 오기도 하고 기분도 축 쳐져 있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엔
아무렇지도 않다.
색깔이 검어졌다거나 농도가 달라진 것도 없고, 눈에 띄게 양만 많아졌다.
자궁은 대체로 이상이 없다는 신호인가?
몸과 대화 나누는 일을 서서히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생리가 시작되면 아랫배가 약간 부풀어오르면서 그 압박으로 치질이 빠지곤 했다. 그래서
이맘 때면 아주 조심을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그것도 없다. 특히 생리가 시작되기 바로 직
전에 치질이 말썽을 일으키면 정말 난감한 일이 되고 마는데(이번이 그런 경우가 될 뻔했는
데 벌써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었다.) 전혀 문제가 없다니 나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지난 5
일간의 단식이 이런 선물을 가져다 준 것일까, 가만 앉아 생각만 해도 괜히 입이 벌어져 혼
자 헤죽헤죽 웃고 있다.
크든 작든 아픈 데 없이 편안하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온몸으로 오소소 느끼고
있다.
오후에는 방학을 맞아 캐나다에서 나온 친구를 만났다.
셋이 인사동에서 뭉쳤는데 시작부터 단식이 화제가 되었다.
짧은 상식과 경험으로 열심히 아주 열심히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자기들도 해보고 싶다고
난리다. 김동극 선생의 책을 선물하기로 했다.
말을 좀 많이 해야 하는 것이 흠이긴 했지만 속내를 털어놓는 진지한 이야기들도 단식 첫날
인 내게 많은 생각을 일으키게 했다. 자신을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는 일, 개인의 이기주의에
대해서, 가족 이기주의에 대해서, 관계나 서로소통의 문제에 대해서...
아, 근디, 야들이 낙지볶음을 먹겠다고 덤비네.
내가 매운 거에 혹하는 사람인디 정곡을 찔렸다.
시원한 조개탕에 알싸하고 매콤한 낙지볶음이라, 여기다 산사춘 한 잔까지 곁들이면...
그야말로 속내는 죽을 맛이었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아이고 뭘 그까짓 걸 갖고.., 참을 만하다고.. 있는 내숭 없는 내숭 다 떨
었다. 그래서 정말로 낙지볶음을 앞에 두고 내가 생고생을 했을까?
아니었다. 물만 먹고 왔지요.~~~~~~
일단 먹지 못할 때는 눈과 코로 들어오는 정보가 문제인데 이 음식은 코로 들어올 게 전혀
없다는 것. 눈은 적당히 피하면 되니깐 어려운 일이 아니고,
만약 된장 비빔밥이나 뚝배기였다면 정말 힘들지 않았을까, 백번 탁월한 선택이었어.
어쩜 이쁜 짓만 골라서들 하는가 몰라?
혹 단식중에 함께 식사를 해야 될 일이 생기면 냄새가 덜 나는 요리를 선택하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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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둘쨋날(7/21)
자기 전엔 언제나 마그밀을 4알씩 먹고 잔다.
그 덕분에 하루가 평화롭게 시작되는데, 이잉~ 오늘은 여엉 성에 차지 않는다.
들어 간 게 없으니 나올 것도 없다는 이야긴가?
5일 생수단식으로 숙변까지 나온 상태니 이번엔 별로 채여 있는 게 없단 말인가?
지난 번엔 정말 지독했었다. 냄새와 모양, 색깔 모두.
사람 눈은 대개 거기서 거기라더니, 어쩜 표현도 그렇게 같은지 모르겠다.
숙변을 보고 화장실에서 튀어나오자마자 남편에게 했던 말이 있다.
"그 아스팔트 까는 거 있잖어, 코울타른가 뭔가, 꼭 그거 같어."
그 뒤에 '나단체'에서도 단식책에서도 숙변에 대해서 나와 똑같은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얼굴 한 번 본적 없고 목소리 한 번 들어본 적 없지만 단식으로 알게 된 분들께 '너와 내가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이야!'라는 동지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주문했던 책이 왔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움베르토 에코/열린책들
*노자를 웃긴 남자/이경숙/자인
*느리게 사는 즐거움/어니 J. 젤린스키/물푸레
*인체기행/권오길/지성사
위 두 권은 읽고 싶었는데 시기를 놓친 책들이고, 아래 두 권은 특별히 단식기간임을 염두에 두고 고른 책이다. 읽고 있던 이나 는 당분간 덮어두기로 했다.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 치열한 투쟁 이야기는 단식이 끝난 뒤에 읽기로 했다.
단식 기간중에 머리나 가슴으로 들어가는 것도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나단체'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워낙 부자연스런 틀이나 미리 계획되는 것들에 익숙지 않아서 아직은 이렇다할 생각의 가닥이 잡혀 있진 않다. 하지만 책을 통해 음악을 통해 그림을 통해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에 대해 잔잔한 가운데 뜨겁게, 자연스런 가운데 깊이 통찰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어제도 그제도 산엘 오르지 못했다.
오늘은 꼭 가고 싶은데, 이런,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고 있다.
우산을 들고 동네를 돌아보기로 한다.
시원한 빗줄기를 맨몸으로 맞고 싶은 유혹에 쩔쩔 매다가 문득 다리가 풀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제 겨우 이틀짼데 벌써 힘이 딸려서야..
그래도 나온 김에 발길을 돌려 시장엘 갔다.
어린이자연학교 지도자워크숍을 떠나는 아들을 위해 밑반찬을 사야했다.
무말랭이, 멸치볶음, 감자샐러드, 부침개.. 아들아, 미안하다. 죄다 시장에서 산 것이로구나!
아무런 변화도 없고 몸도 너무 평안하니(그저 힘이 좀 없다, 그 정도) 마치 뭔가 잘못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힘들었던 지난 5일 생수단식 때의 기록을 들춰본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데 첫 단식 땐 왜 그렇게 힘이 들었던 것일까?
첫 단식 때 나쁜 기운이 모조리 빠져나갔단 말인가?
아직까지는 정말 아무런 변화도 없다.
평화, 고요 그 자체, 단식을 반복해서 하시는 분들, 다들 이러 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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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셋쨋날(7/22)
머리를 만지다가 우연히 머리카락이 빠진 것을 발견했다.
삼 년 전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뒤 위경련과 원형탈모증이 왔었다.
소식으로 위통은 잠시 잠을 재웠지만 원형탈모증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정수리 아랫부분과 귀 뒷부분이었는데 지름이 3센티미터 정도 되었다.
평소 병원하고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라(서양의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근거한 학문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지 뭐, 하고 내버려뒀더니 어느새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해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구가 되었다. 근데 정수리 아래 부분은 멀쩡한데 귀 뒷부분의 바로 그 자리에 있어야 될 머리카락이 없는 것이다. 삼 년 전보다 크기는 작지만 맨들맨들... 상심하고 있다. 어찌 된 일일까?
이전에 병을 앓았거나 좋지 않았던 부분은 다시 나타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난 5일간의 생수단식 때 그렇게 된 것인지, 그전에 그렇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해서 다시 나려고 빠져버린 것일까?
머리결은 아이들 같이 부드럽고 좋은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늘고 약하다.
머리카락이 길면 아래 끝부분까지 영양이 가기 힘들어 많이 빠진다고 자르기를 권한 사람도 있다. 뭐 내세울 만한 게 없어서 머리라도 길러보는 건데, 히히.., 사실 퍼머도 체질에 안 맞고, 미장원 갈 여유도 없고, 즐기지도 않고, 돈도 굳고, 그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끝만 잘라주면 되니, 머리를 감지 않은 날, 급히 나갈 일이 생기면 묶어서 모자를 써도 좋고, 분위기도 달라져 일석이조. 머리를 잘라볼까? 잠시 아주 잠시 생각하다 그냥 두기로 한다. 날 때가 되면 또 나겠지.
밑반찬 챙겨서 아침 먹여서 빠진 물건 없나 살피고..
열여덟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애다.
아침에 아들하고 한바탕 씨름을 해서 그런가, 속이 메스꺼운 게 꼭 토할 것만 같다.
경박스럽게 아아! 평화, 고요, 하고 떠들었더니 바로 복수전이 뒤따른다.
하지만 이젠 두렵지 않다.
심해지면 꿀물을 복용해야지, 답을 알고 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
약간 어지럽기도 하고 힘도 없지만 그 또한 겁낼 일이 못된다.
죽염도 준비되어 있다. 물론 볶음소금도 함께.
뚜루루 몸을 한번 살펴보자.
오줌 색깔은 맑고, 입은 약간 텁텁하고, 백태도 약간 끼었고, 입술은 지난 번 단식 때와는
달리(사실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 꺼풀 벗겨지고 있고, 얼굴색은 많이 밝아졌고, 뭐가
잔잔하게 올라왔던 것도 거의 사라졌고, 위는 편안하고, 치질은 들어가서 나오질 않고, 견비
통은 오랫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만 않으면 괜찮고, 두통은 거의 없고, 치통도 거의 없
고, 손바닥이랑 발바닥의 껍질이 부분부분 조금 벗겨졌고, 간간이 핑~ 돌면서 어지럽고, 몸
무게는 57킬로그램이고, 생리는 순조롭고, 배고픔은 없고, 순항중이다.
바람이 너무 좋다.
피부가 마구마구 숨을 쉬는 듯, 산에 갔다와서 놀이터에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아이들의 움직임이 유연하고 경쾌해 보인다.
망설임도 막힘도 없어 보인다.
순수, 때묻지 않은 것, 본래의 것, 자연스러움 등의 낱말이 떠올랐다.
반대로 오만과 편견(책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요.), 덧붙이고 치장하기, 부자연스러움,
같은 낱말도 떠오른다.
내가 서 있는 곳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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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넷쨋날(7/23)
벌써 나흘이나 지났다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단지 밥을 먹지 않을 뿐인데 시간이 왜 이리 많이 남아도는지,
하루하루는 그런 느낌인데 나흘은 금세 지나갔다.
천둥 번개에 너무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농작물은, 낮은 지대에 살고 있는 서민들은, 난개발지역 가까이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토사가 흘러내려 마을을 덮치는 건 아닌지, 지하단칸방에 살고 있는 신혼부부는, 아, 장애우평등학교는..
전화기를 들었다.
그쪽은 비는커녕 햇빛이 쨍쨍이란다.
운동장 풀을 뽑는다고, 봉사자들을 위해서 미숫가루를 탄다고,
분주한 움직임에서 나오는 경쾌한 목소리들...
가족들 목소리를 듣고 나니 한결 기분이 낫다.
후원금도 줄고 찾아오는 발길도 뜸해지면 어쩌나, 걱정인데..
그래도 마흔을 넘긴 내게 그들은 언제나 희망을 말한다.
여름엔 좀 나을 것이다. 유치해 둔 캠프나 여름학교 행사로 돈이 좀 생길 테니깐..
본단식이 끝나는 대로 금산엘 내려가 봐야겠다.
앞쪽 머리가 아프다.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시간표대로라면 오늘쯤엔 아프던 것도 덜해진다는 나흘짼데.
억수로 쏟아지는 비에 스트레스를 받은 탓인가?
아니면 어젯밤 뒤숭숭한 꿈자리 때문인가?
번뇌가 깊으면 꿈도 많다는데,
깊은 곳엔 아직도 전쟁중인가?
가? 가? 가? 가?...
뭐가 이리도 모르는 게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지, 비울 수 있으면 좌악~ 비웠으면 좋겠다.
그러려니, 그러려니, 그러려니...
한 생각 놓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결국 스스로 대안을 마련한다.
책을 들었다.
이경숙의 통쾌한 논조를 즐겨보자.
한판 깨지는 김용옥 식의 을 들여다보자.
책을 보다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웬 맑음?
옷을 주섬주섬 입고 집을 나섰다.
월말이 되어가니 은행갈 일도 많다.
예전엔 폰뱅킹이나 피씨뱅킹을 했는데 일부러 걸어서 은행까지 간다.
사람이 다니는 길에도 차가 먼저다.
매번 차를 가지고 다니던 나로서는 이런 풍경이 낯설다.
나 떄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길을 비켜주었을까?
입장 바꿔 생각해 볼 일이다.
어쭈, 내 걸음이 느리니 빵빵거리기까지,
돌아오는 길에 심하게 구역질이 올라왔다.
머리까지 아프다.
불투명하고 잔잔한 하얀 거품의 침이 자꾸 고인다.
신물도 올라오고 들어간 것도 없는데 웬 트림은?
물을 마시면 배까지 뒤틀리는 듯하다.
현기증도 심하다.
군데군데 가렵기도 하고..
쉬어가면서 겨우 집에까지 올 수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꿀물을 1/4컵 정도 만들었다.
한 모금 마시고 누웠는데도 쉬 가라앉질 앉는다.
지난번처럼 똥물(담즙) 넘어올까 겁난다.
너무 달아서 계속 마시기도 힘들다.
마루에 누운 채로 살풋 잠이 든 것 같다.
속은 좀 가라앉은 것 같은데 두통은 그대로,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하다.
걱정이 된 남편이 효소를 타 왔다.
또 마셔보지만 잘 넘어가지 않는다. 억지로 마셨다.
한 30분 넘게 지났을까, 두통이 싹 가셨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남편은 단식을 하는 사람인지 안 하는 사람인지 도통 구분이 가질 않는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이토록 심한가?
남편은 평소 내가 몸관리를 하지 않아서 그렇단다.
뭐 자기도 썩 잘한 거 같지는 않은데..
허기야 담배도 삼 년 전에 끊었고 원래 술도 안 하는 사람이니, 근수가 좀 나가는 게 문제지, 절대로절대로 몸무게는 공개하지 말란다. 이번 단식 끝나면 확 달라질 것이니 그때까지만 참아 달라네.
그게 공짜로 될라나, 몰러?
혼자 밥을 챙겨 드시는 엄마가 안쓰럽다.
단식 들어가기 전에 나물도 무쳐놓고 장조림도 졸여놓고, 생선도 얼려놓고, 밑반찬도 챙겨두긴 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마찬가지.
엄마도 같이 할 수 있음 좋은데, 설득시키기가 만만치 않은 일.
다음 주에 집으로 돌아오는 아들에겐 말발이 먹힐라는지,
이 좋은 것을 안 하면 오히려 그대가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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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다섯쨋날(7/24)
어제 효소와 꿀물을 조금 마셔서 그런지 몸무게엔 변화가 없다.
덕분에 구토와 두통은 가라앉았다.
머리가 조금 묵직하긴 하지만.. 어제만큼 힘이 없지도 않다.
근데 간간이 재채기가 난다. 어제부터였나? 한두 번으로 끝나려니 했는데 계속이다.
팔다리에 붉은 반점이 서너 개 올라왔다. 가렵다.
지금 벌써 며칠짼가?
아침에 화장실 가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본단식 둘쨋날부터 영 시원치가 않더니 셋쨋날부터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마그밀 4알로는 부족하단 이야긴가?
시계방향으로 문질러도 보고 요가 호흡법도 하고 붕어운동 모관운동 골고루 하고 있구만.
배는 부글부글 끓고 야단이고, 변의도 간간이 느껴지는 듯한데 화장실을 가면 매번 불발이
다. 아~ 그리운 쾌변이여!
볼일을 못 보니 은근히 담배 생각이 또 나기 시작한다.
해피 님 아시면 큰일!!(저 끝까지 잘할 테니 믿어주시와요.)
온몸이 가렵다.
볼일을 못 봐서 그런지, 명현반응인지, 1차 단식 때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잠을 설치기에는
충분하다.
뭔 비는 또 그리도 세차게 쏟아지는지, 밤새 모두 안녕하길..
집 떠내려간 사람, 살림살이 젖은 집 없으면 좋으련만.
양수기 사라고 보내준 성금은 다 어디에 쌓여 있는고? 고이 잘 있나 모르겠네?
저녁이 되니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거북한 느낌에 매캐한 냄새까지, 아무래도 화장실을 못간 탓인 거 같다. 관장기구를 따로 준비하지 않았는데, 어쩌나?
1차 단식 때도 5일째 되던 날, 똥물을 콸콸 토해가며 무지 고생을 했는데, 오늘도 영 심상치가 않다. 이건 헛구역질이 아니다. 꿀물을 먹어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속에 것을 빼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랍에서 엄마가 쓰다 남은 둘코락스 좌약을 하나 발견했다. 망설이다가 토할까 두려운 마음에 집어넣기로 한다. 그래도 한동안 소식이 없다. 양말을 챙겨신고는 아파트 주변을 걷기로 한다. 한 두어 바퀴쯤 돌았을까, 신호가 왔다. 꼭 이럴 때 엘리베이터는 17층에 가 있더라. 왕짜증!!
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기는 했지만 성공, 올매나 시원하든지, 이 기분, 아무나 맛보는 거 아니지~잉. 내용물은 거의 없다. 시속 얼마쯤 될까? 무서운 속도로 빠져나가는 건 순전히 누런 물뿐. 치질이 약간 따끔거리기는 하지만 이런 정도야, 뭐.
화장실 문을 나서는 순간, 졸음이 몰려온다.
싸고, 물 마시고, 자고, 단순 간단 명료한 삶이다.
얼마나 잤을까?
일어나니 몸도 마음도 가볍다.
책이 눈에 들어온다.
이경숙의 정말 재미있다.
일단 우리글을 아는 사람이다.
도올의 해석이 뭔 말인지 도통 알 길이 없는 반면 그의 말은 앞뒤가 맞다.
그이의 말처럼 책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뭐 하는 사람인지, 뭘 하던 사람인지, 너무너무 궁금하다.
약력을 보고서는 알 길이 없다. 만나보고 싶을 정도다.
그가 소녀시절, 다락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소화13년에 나온 도덕경을 읽고 감격의 눈물을
철철 흘렸다고 했는데(이경숙은 영혼을 두드리는 북소리가 들렸고, 마음의 심연을 흔드는
폭풍이 일었다, 고 했다.), 나는 나이 마흔셋에 그의 도덕경 해설을 보고 그렁그렁 눈물 방
울이 맺힐랑 말랑. 가슴이 울컥 치밀었다.
물론 도올의 도덕경 해설을 보고는 짜증만 났었지. 이 뭔 소리야? 그랬다.
당장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야겠다.
무위의 삶을 지향하는, 단식하는 동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노자 사상의 핵심이기도 한,
무위(無爲/꾸밈이 없이 있는 그대로)에 관한 아름다운 구절을 인용해보자(내용이 깁니다. 지
루하시면 여기서 발길을 돌리셔도 되옵니다.)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천하개지미지위미 사악이
天下皆知善之爲善
천하개지선지위선
故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較 高下相傾 音聲相和 前後相隨
고유무상생 난이상성 장단상교 고하상경 음성상화 전후상수
是以聖人 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시이성인 처무위지사 행불언지교
萬物作焉而不辭 生而不有
만물작언이불사 생이불유
爲而不恃 功成而不居
위이불시 공성이불거
夫唯弗居 是以不去
부유불거 시이불거
하늘 아래 사람들이 모두
아름다운 것이 아름답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추한 것이다.
하늘 아래 사람들이 모두
선한 것이 선하다고만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선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있음과 없음은 서로 생하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 이루며
김과 짧음은 서로 겨루며
높음과 낮음은 서로 기울며
노래와 소리는 서로 어울리며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
그러하므로
성인은 함이 없음의 일에 처하고
말이 없음의 가르침을 행한다.
만물은 스스로 자라나는데
성인은 내가 그를 자라게 한다고 간섭함이 없고
잘 생성시키면서도 그 생성의 열매를 소유함이 없고
잘 되어가도록 하면서도 그것에 기대지 않는다.
공이 이루어져도 그 공 속에 살지 않는다.
대저, 오로지 그 속에 살지 아니하니
영원히 살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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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뭔 말을 하자는 것인지 도올의 번역을 보면 알아먹겠나요?
전 도통... 아래 이경숙의 번역을 한번 보시지요.
아주 명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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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이 다 아름답다고 알고 있는 것이
꾸며진 아름다움이면
이것은 악한 짓이며,
세상 사람들이 모두 선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
선함을 가장한 것이면
이것은 불선이니라.
없음에서 있음이 생기고
어려움이 있어야 쉬움을 알게 되고
긴 것을 두고 짧은 것을 재는 법이며
높은 것과 견주어 낮은 정도를 보고
소리와 비교해서 음악을 알아듣고
앞이 정해져야 뒤가 따를 수 있음이니라.
(만약에 아름답지 않은데 아름답게 지어내거나
선하지 않은 것을 선하게 꾸미거나
어려운데 쉬운 것처럼 가장하거나
짧은 데도 긴 것처럼 속이거나
낮은 것을 높은 것처럼 과장하거나
소리를 음악이라고 우기고 앞과 뒤가 헷갈리면,
세상 사람들이 진실로 아름답고 추한 것과
선한 것과 악한 것과 있고 없음과 길고 짧음과
어렵고 쉬운 것과 높고 낮음과
음악과 소리의 구별을 하지 못하며
무엇이 앞이고 무엇이 뒤인지를 알지 못하나니)
그러한 이유 때문에 성인은 꾸미지 않고 일을 처리하며
말없이 가르침이 되게 실천하며,
천하 만물을 자기 손으로 만든다 해도
떠들어 자랑삼지 않는도다.
살면서도(드러내지 않기를) 없는 듯이 하고
꾸며서 지어내는 것에 의존하지 않으며
공을 이루어도 차지하지 않음이니,
대저, 오로지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그 공이 없어지지 않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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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추하고 악한 것을 멀리한 것이 아니라 위미(아름답게 꾸며진 것)와 위선(착하게 꾸며진 것)을 경계했다고 하며, 미추와 선악을 함께 인정하고 수용했다고 합니다.
그게 대저 사람이고 사람 사는 동네에서 나온 말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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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여섯쨋날(7/25)
눈꼽이 끼고, 꼬딱지가 붙어 있고, 입이 텁텁하고, 고약한 냄새도 올라오고, 머리카락은 푸석
푸석, 많이도 빠지고, 팔다리에 멍 자국, 자꾸 드러누워 자고 싶고 절로 눈이 감기고,
얼굴빛은 맑아졌고 목소리도 낭랑해졌고, 피부는 매끌매끌, 얼굴에 잔잔하게 올라왔던 것도
사라졌고, 머리가 맑고, 더러 내면이 고요하고,
몸무게 56킬로그램, 한 3∼4킬로그램 정도 빠졌다.
물론 55킬로그램 정도만 되도 뼈들이 툭툭 튀어나오긴 한다.
키가 크고 뼈대가 굵어서 그렇다.
지금도 쇠골, 무릎뼈, 골반뼈, 복숭아뼈, 팔목에 있는 둥그런 뼈를 뭐라고 하나?, 등등이 불
거졌다. 남편은 자기 몸에 갖다대지 말란다. 뼈가 자길 아프게 한다나 뭐래나, 아무렴 그럴
까? 왜 아침부터 몸무게 타령인가, 하면 힘이 너무 없기 떄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힘이 든다.
누워서 붕어운동을 하려는데 그 또한 맥이 탁 풀리는 것이,
구토도 가라앉았고 두통도 사라졌는데, 아픈 데가 없으니 이젠 또 힘이 없다.
이것도 문제네. 허기야 5일 단식에 이은 10일 단식이니 힘이 없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오늘이 2차 단식 엿새째니 합하면 한 달 사이에 결국 11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 핑핑 돌고 어찔어찔한 것이 뭐라도 해야겠는데 마음뿐,
그렇다고 가만 누워 있자니 좀이 쑤시고..
글도 안 들어오고,
그림도 그렇고,
음악도 마찬가지,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것도 물론,
배에 힘도 없는데 왜 재채기는 자꾸 나오는 것일까?
들었던 감기도 낫는다는 단식 기간중에 감기가 올 리 없고,
알러지인가? 뭔가 나하고 맞지 않는 물질이 집에 들어왔나?
책 말고 새로 들여온 물건은 없는데..
힘이 없으니 하는 일도 줄고, 생각도 줄고, 느낌도 줄고, 정말 재미 없고 지루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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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일곱쨋날(7/26)
마그밀을 끊었는 데도 변의가 느껴졌다.
조금, 아주 조금 볼일을 보았다.
종이처럼 얇은 모양, 혹 숙변인가 했지만 냄새가 없는 걸 보니 아닌 듯.
치질이 약간 빠졌는데 크기가 작아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완전히 사라지려면 아직아직 멀었다.
치료가 된다는 것이 뭘 뜻하는지 잘 모르겠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건 아닌 거 같고 그러면 흔적은 남아 있지만 다시 부풀거나 성이
나지 않는다?
이잉~ 수치는 까먹었지만 전체 인구의 몇%라고 했는데, 암튼 많고 많은 치질환자 가운데
체험기 올린 이가 어째 한 명도 없는지?(경험 있으신 분, 누구 손 좀 흔들어 보시와요!)
통증은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자.
여전히 힘이 없다.
죽염을 찍어먹어 볼까, 생각중이다.
몸무게는 55킬로그램이다.
하루에 500그램씩 빠지는 거 같더니 오늘은 1킬로그램이 빠졌다.
어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너무 힘들게 하루를 보내서 그런가?
숨이 가빠지기도 하고 심장이 조여들면서 약간의 통증과 함께 마구 뛰는 이상한 느낌도 있
다. 남편이 꿀물을 1/3컵 정도 타왔다. 한꺼번에 도저히 넘어 가질 않는다. 두고두고 천천히
마시기로 하고..
강렬한 햇빛, 적당한 바람, 푸른 바다만 빠졌구먼.
날씨 조오타~~~~~
바닷가로 바람이나 쐬러갈까????
움직이기조차 힘이 드니 날씨 좋은 것도 샘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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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여덟쨋날(7/27)
몸무게 54, 또 1킬로그램이 빠졌다.
이쯤해서 접어야 하나 고민중.
조금만 걷거나 움직이면 바로 구토가 올라온다.
몸을 가누기도 어렵다.
온몸은 가렵고 으슬으슬 춥다. 남들은 덥다고 에어컨 돌리는데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간간이 나오던 재채기도 멈추지 않는다.
어렵게 일어나서 반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요가호흡법과 명상법을 해본다.
생각의 꼬리가 너무 길다.
도마뱀처럼 자른 꼬리에서 또 다른 꼬리가 나온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왜 단식인가?
아무런 답도 나오지 않는다.
위장병 고치려고, 치질을 낫게 하려고, 진정 원했던 것은 그게 아닌지도 모른다.
흐트러진 생활, 어지럽게 돌아가는 현실을 한 박자 쉬고 싶어, 몸은 핑계였는지도 모르겠다.
야채효소를 1/3잔 만들었다.
한모금 들어가니 바로 구토가 올라온다.
꺽꺽대는 모양새가 꼭 한 상 차려먹고 트림이라도 하는 것 같다.
이것도 소화를 못시키니 보식 시작하면 미음은 어케 먹나?
먹는 게 부담스럽다.
그래도 속을 꾹꾹 눌러가며 구토가 덜할 때마다 마저 마셔본다.
목구멍까지 차올라 답답하다.
지난번엔 금방 효과가 있더니 이번엔 별로.
다 마셨는 데도 힘이 나는 것 같진 않다.
이렇게 힘이 없는 것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아랫배, 아니 허리? 그쯤에서부터 탁 접히는 것이 뭐가 쑥 빠져나가버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누워서도 숨이 평소보다 빠르고 손을 대보면 위장은 펄떡펄떡 뛰고 있고....
내일부터 보식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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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보식 첫쨋날(7/28)
고민 끝에 보식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몸무게는 또 1킬로가 빠져 53킬로그램이다.
이제 그만 좀 내려갔음 좋겠다.
힘이 너무 없으니... 그것도 괴로운 일이다.
한 걸음걸음에 숨이 차고 맥이 탁탁 풀린다고 상상해 보시라!
짜두었던 보식 계획표(hwp 표로 만들었는데 게시판에 올라가질 않아서요. html로 다시 짜
야 하는디, 아직..., 만들어 올리도록 하지요.)를 프린트해서 냉장고에 붙였다.
저러다 애 잡겠다고 걱정이 태산인 엄마를 위한 것이다.
미음 먹기 시작했다고 이것저것 만들까봐 미리 내가 선수친 것.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현미만 가지고 미음을 쒔다.
역시 잘 넘어가지 않는다.
목구멍에 탁 걸리는 것이 영 기분이 별로,
안 먹고 살 수는 없나?,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
서너 숟갈 삼키고 나니 이번에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네.
트림인지 뭔지 자꾸 꺽꺽대기까지...
먹는 게 이리 힘이 들어서야 어디 살겠나.
한숨 돌리고 나중에 먹겠다고 하니 실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보시는 엄마.
남편은 너무너무 맛있게 반잔을 딱 비워냈다.
거기다가 녹즙에 효소까지, 아~, 부럽다.
누워만 있으니 머리에 쥐가 난다.
앉아서, 누워서 할 수 있는 운동은 모조리 해본다.
기분이 한결 낫다.
느려터진 내가(현재 상황) 느리게 사는 즐거움이란 책을 들고 앉았다.
속도를 늦추면 삶이 즐거워진다고?, 지금의 난 별루...
천천히 기다리라고,
잠시 발길을 멈추고 생각해 보라고,
그럴 시간이 없다,라고 생각이 드는 바로 그때 멈추라고,
생각을 바꾸라고,
난잡(이건 번역이 좀 이상한 듯, 난잡? 대략의 뜻은 알겠지만 적절한 낱말은 아닌 듯, 원문
을 봐야 알겠지만.)한 것들도 치우라고,
조급증이 일으키는 질병들은?
스트레스, 신경통, 소화불량, 고혈압, 심장병, 궤양(내 흉을 보고 있는 거 같으잖아)...
후~~~~~~ 많기도 해라.
진정한 중용을 경험하라!, 음~ 이 말이 젤로 맘에 든다.
단식 후 나의 현실은, 생활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때 이른 기대와 실망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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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보식 둘쨋날(7/29)
두물머리에서 효소가 왔다.
백초효소랑은 맛이 많이 다르다. 깔끔하고 과일향이 난다고나 할까?
야생에서 나는 약초로 만든, 약간 텁텁한 맛이 나는 변산 거랑은 물론 다르겠지.
몸무게는 오늘도 줄었다. 52, 제발 이제 멈춰랏!
이러면 나, 힘 딸려서 일 못해!!
50 밑으로는 절대로 절대로 안된다~앗!
가슴은 절벽에다 툭툭 불거진 뼈다구에, 아, 싫다, 싫어.
오늘은 반 잔의 미음을 두 번 먹도록 한다.
50번씩 씹어서 삼키는 것을 일로 삼고 앉아 있어 본다.
곡기의 힘이 무섭다.
그래도 미음이 조금 들어갔다고 제법 움직임이 자유롭다.
어지러운 것도 좀 덜하다.
아침 시간 잠깐을 빼면 거의 쓰러져 있던 떄와는 달리, 오후에는 잠시 비가 멈춘 틈을 타서
놀이터까지 갔다왔다.
바람도 상쾌하고, 빗줄기가 쓸고 지나간 탓에 세상이 깨끗해졌다.
집에만 있어서 그런가?
별로 걸은 기억이 없으니..
무릎이 아프다.
삐거덕삐거덕...
특히 오른쪽이, 멍 자국도 늘어났다.
부딪혀서 생길 만한 자리가 전혀 아니다.
몰래 누가 꼬집었다면 또 몰라...
가려움증은 많이 가라앉았고, 붉은 반점이 톡톡 불거지는 것은 몇 군데 더 늘었다.
목과 다리와 가슴과 또...
으슬으슬 춥던 것도 이젠 덜하다.
아, 빠졌던 머리카락은 솜털 같은 것이 올라오고 있단다.
정말 신기하다.
삼 년 전엔 정확하진 않지만 거의 일 년이 걸려서 회복이 되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빨리 머리가 나올 줄이야.. 너무 빠르다???
암튼 반가운 일.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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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8/4
html 테이블이 너무 화려해서 올리기가 뭣합니다. 그래서 그냥 요런 수수한 모양으로..
날짜 점심 저녁
7/28 미음 1/2잔 미음 1/2잔
7/29 미음 1/2잔 미음 1잔
7/30 미음 1잔, 배추된장국(묽게) 미음 1잔, 배추된장국(묽게)
7/31 묽은 죽 1잔, 배추된장국(묽게) 묽은 죽 1잔, 배추된장국(묽게)
8/1 묽은 죽 1잔, 배추된장국(묽게) 묽은 죽 1잔, 배추된장국(묽게)
8/2 죽 1잔, 배추된장국(묽게) 죽 1잔, 배추된장국(묽게)
8/3 죽 반 그릇, 된장국(묽게, 두부) 죽 반 그릇, 된장국(묽게, 두부)
8/4 죽 반 그릇, 된장국(묽게, 두부) 죽 반 그릇, 된장국(묽게, 두부)
8일간의 보식 계획표입니다.
이렇게 계획을 세워뒀지만 계획에 미치지 못하는 양을 먹고 있습니다.
위장이 받아주질 않네요.
미음 1/2잔을 나누어서 먹는다든지, 1잔의 양은 도저히.. 그래서 1/3 정도는 남긴다든지..
그대신 꿀물이나 효소를 간간이 마시고, 아니 먹고 있습니다. 한모금씩 입에 머금고는 한참
을 씹다가 삼켜야만 그도 꺽꺽대지 않습니다. 특히 꿀물(아카시아로 바꿨는 데도..)이 그러네
요. 된장국엔 배추 대신 연한 호박을 넣기도 했구요.
오늘부턴 묽은 죽입니다.
현미라서 아무래도 꺼끌꺼끌 머들머들하지 않을까 싶네요.
미음 먹는 기간을 더 늘여야 하나, 어째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일단 먹어보고 소화를 영 못 시키면 다시 생각해보든지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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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보식 셋쨋날(7/30)
아침부터 전쟁이다.
화장실에서 근 30분을 씨름하다 보니 다리에, 엉덩이에 쥐가 난다.
아주 적은 양으로 찔끔찔끔. 계속 설사 기운이 있다.
마그밀을 끊었는 데도 마찬가지.
볼일은 시원하게 보지 못한 채 힘만 빠진다.
치질은 아직까지 아무 탈이 없다.
계획표대로라면,
오늘은 점심 저녁에 미음 1잔, 배추된장국(묽게)
그래서 된장국을 끓였다.
배추 대신 애호박을 조금 넣었다.
직접 기른 거라고 루시아가 정성스레 싸준 것이다.
미음에 따뜻한 된장국물이 들어가니 좀 살 것 같다.
소화가 안되어 꺼꺽대기는 마찬가지.
반 잔을 넘기지 못한다.
뭐 꼭 다 먹어야 되는 건 아니라고 보고,
대신 꿀물을 따뜻하게 타서 한 잔 마신다.
이 시간이 행복하다.
허옇게 백태가 끼었던 입안도 한결 개운하다.
깜박깜박 잊고서는 그냥 우물우물 삼키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 씹는 숫자를 헤아리는 일이 자동으로 되고 있다.
거부감도 덜하다.
아파트 한 바퀴 도는 것도 힘이 딸린다.
간간이 남편의 팔을 붙잡기도 하고, 나무의자에 앉아 쉬어가며 그렇게 걸었다.
게릴라성 폭우 덕분에 나도 게릴라성 산보를 하고 있다.
비 그치고 꺠어 있는 시간이면 밖으로 나온다.
많이 걷지 못해도 덜 답답하니까..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거 보다야 백배 나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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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보식 넷쨋날(7/31)
벌써 나흘이 흘렀다.
기운이 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한순간 허리가 접히고 다리가 풀린다.
덜 어지러운 듯하다가도 핑 돈다.
이 이야기는 결국 조금씩 기운을 차려가고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8월 20일 이후 일정에 대해 남편과 의논도 하고 일 이야기도 하며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
고 있다. 내일이면 아들도 돌아온다. 시장을 좀 봐둬야겠다.
남편은 죽을 먹고,
난 죽 대신 미음을 좀더 먹어보기로 한다.
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현미가 좋지 않다고 하니 그냥 쌀로 만들어야겠다.
그러면 소화가 잘 될는지, 그랬으면 좋겠다.
단지에서 노랗게 잘 익은 생된장을 꺼냈다.
조금씩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예전에 몰랐던 맛이다.
시간 나는 대로 체질식에 관한 책을 좀 읽어보아야겠다.
먹고사는 일이 이렇게 복잡하고 예민한 것을 그저 배고프면 먹고, 먹기 싫으면 안 먹고, 먹
고 싶은 거 먹고 먹기 싫은 거 안 먹고 그랬다.
열 받았다고 더 먹고, 화딱지 난다고 굶고, 기분 좋다고 들떠서 과식하고, 먹는 것에 관한
한 원칙이 없었다. 되는 대로, 그게 원칙이었나?
정신 때문에 고생한 몸, 이제 몸 때문에 정신이 나섰다.
한번 제대로 해보겠다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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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보식을 마치며..
님들, 안녕하세요?
밀린 일들 정리하느라 며칠 동안 소원했습니다.
날도 더운데 이곳은 여전히 애정이 넘치는 글들로 가득하군요.
보기 좋습니다.
전 오늘로서 1차 보식을 마치고 내일부터 2차 보식에 들어갑니다.
보식 초기에 현미 떄문에 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아주 적응을 잘하고 있습니다.
백미에서 이젠 잡곡으로 만든 죽을 먹고 있구요.
소화 기능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내일부턴 밥인데 아직 먹다남은 죽이 좀 있어서요. 마저 먹고 잡곡으로 된 밥을 먹을 예정입니다.
해피 님께서 권해주신 대로 그날그날 먹는 음식과 몸의 상태를 관찰하고는 있는데요.
바로바로(그 다음 날 아침 화장실에서) 결과를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아, 물론 소변 색깔은 관찰이 가능하지요. 맑습니다.-솔직히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구요. 좀더 다양한 반찬류를 먹게 되면 재미난 결과들이 나오리라 생각됩니다.
두통이든 위통이든 치질이든 신경통이든 치주염이든.. 뭐든 간에 하나쯤은 결려서 일상을 개운치 못한 기분으로 지냈는데 아무 데도 아픈 데가 없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군요. 건강하다는 게 바로 이런 거였군요. 이른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는 건 아니구요. 잠시 맛본 건강함이란 게 하도 신기해서 약간 흥분을 했답니다. 얼마나 지속될지는 두고봐야겠지요.
문제의 치질은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본 것은 아니지만 18년 경력자로 말씀드리자면 4도 정도의 환부가 2도 정도로 완화되었다고나 할까요?
녹즙을 권해주셨는데, 제가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건 자신이 없어서요.
마음 먹으면 한 열흘은 잘 하겠지요. 하지만 꾸준히 싱싱한 유기농채소를 딱딱 준비해서 지속적으로 만들어 먹을 자신이 없네요(시장을 한꺼번에 몰아서 보거든요. 필요한 채소는 가까운 가게에서 사먹구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새벽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곳에 의지하기로 했습니다. 유기농 채소로 만들어 매일 아침 배달해주는 곳이 거든요.
주로 케일, 어성초, 당근, 칡, 맛생, 솔, 등등을 요일별로 보내주는 것을 이미 마시기 시작했구요.
아침 공복에 마시고 있는데 위에 부담을 크게 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근데 몸은 이런 호사를 누리는 반면 마음은 허전합니다. 한구석에서 묘한 빈응들이 일고 있습니다. 매우 추상적으로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네요. 단식중에 마음공부가 부족한 탓이었는지(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단편적인 것을 빼면, 큰 흐름에서 보자면 사실 제대로 마음을 먹은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한두 번의 단식으로는 제 가치관이나 삶이 굳은살이 너무 심해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인지, 최소한 바꿀 마음이라도 있는 것인지, 도대체 건강한 몸으로 천년만년 살아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내가 단식에 왜 이렇게 열심인가? 회의적인 생각이 종종 드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사는 것이 허무하게 느껴지면 뭐든 열심히 하게 되지요. 평소 모습은 젊은이들 못지않게 매우 열심히 일하는, 사회참여도 활기차게 하며 살아가는 중년입니다. 그건 철학의 문제나 종교의 문제가 아니겠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불혹을 넘긴 중년의 우울증 같은 거? 아,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늘 그래왔듯이 심각한 것은 아니구요. 그냥 너무 멀쩡해지니까 쉰소리라도 한번 해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산으로 들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 틈에서, 여름의 한가운데서 단식을 하고 계시는 모든 님들,
원하시는 바대로 좋은 일이 가득 찾아오기를 기원하면서 그동안 도움말씀 주신 따뜻하고 다정한 해피 님, 늘 제게 웃음을 주신 박근수 님, 신우탁 님, 박상근 님, 김정선 님, 성지연 님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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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혜진님의 2차 단식의 글입니다.
7월11일부터 8월4일까지 혜진님은 총41꼭지의 글을 썼습니다.
혜진님의 글에 대한 답변글은 약 100개가 넘습니다.
이 체험기는 사이트가 유지하는 한 남을 것입니다.
메일:teschung@orgio.net
직 업:프리랜서작가, 출판업무,번역, 환경운동
몸상태:치질
직접쓴글:41꼭지,
답 글:약 1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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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정보만 덥석덥석 받아갔지, 제대로 제 소개를 드린 적이 없군요(그동안 무례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이구요.
나이는 마흔셋이고, 용인에 삽니다.
서울을 떠나 이곳으로 이사온 지 2년쨉니다.
근 20년째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구요.
좀더 자세히 설명을 드리자면 출판기획, 편집, 교열교정, 대필, 번역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프리랜스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은 꽤 있는 편이구요. 집에서 컴퓨터로 일을 합니다.
요즘은 파일 주고받는 일이 수월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서울로 나갑니다.
거래처도 가고, 사람도 만나고, 충무로 근처의 출력소나 인쇄소도 들러고, 일 정리도 하며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사회 문제 전반에 걸쳐 관심이 많은 편이구요.
주로 환경, 장애우인권문제, 미군(소파 개정)문제, 정신대, 프리티벳, 안티조선 들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활발하진 않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어 부분적으로 참여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수행법에 자꾸 마음이 가서요, 요가, 위파샤나, 명상 등에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단계로 관련 서적이나 정보들을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제가 워낙 느리고 게을러서요. 아직 제 생활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무작정 시작한 첫 번째 단식을 통해 단식도 하나의 수행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단체'를 알게 되어 기쁘고 반갑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목록제목이름본문전체ANDOR
정혜인님의 '단식중'게시판의 글과 답변글을 검색하여 보실 수 있습니다 .
첫 번째 단식,
6/25-6/29일까지 생수 본단식(예비단식 없이 바로 본단식으로 들어갔음)
6/30-7/4일까지 1차 보식(잘 해낸 것 같음)
7/5-7/9일까지 2차 보식(담배를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크나큰 실수를 저지름)
7/10-현재까지 자연식 위주의 식사(매운 맛도 즐기고, 더러 생선도 먹고 참기름이 들어간 나물도 먹고 냉면도 조금 먹었거든요. 그리 잘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5일 생수 단식 기간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위경련 때문에 시작한 단식이었지만 편두통도 사라지고 무겁던 몸도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치주염으로 부어 있던 잇몸도 상태가 많이 좋아졌구요. 아, 그리고 손발에 땀이 아주 많이 났었는데(특히 손은 흥건히 젖을 정도, 악수를 할 때면 늘 신경이 쓰였지요.) 말끔히 사라졌네요. 손바닥이 늘 까슬까슬한 게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어, 손바닥에 땀이 안 나잖아!' 어제서야 그런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워낙 몸의 변화에 둔감했던 모양입니다. 아프면 아픈 대로 좀 참고 사는 습관이 몸에 밴 것 같습니다. 머리나 가슴 때문에 몸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조만간 수술을 받지 않으면 심각할 수도 있다고 한 의사의 말도 무시한 채 미루고 미루었던 치질을 이 기회에 뿌리뽑고자(이건 순전히 제 각오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생수 단식 10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직업이라 치질로 고생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고통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바쁘신 가운데도 도움말씀 주신 해피 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고맙습니다.
두 번째단식,
의 계획을 잡아보았습니다.
7/15-7/19일까지 예비단식(이번에는 구충제, 마그밀 꼭 먹기, 담배를 최대한 빨리 멀리하기)
7/20-7/30일까지 본단식(우선은 10일로 잡았지만 병세에 따라 더 연장할 수도 있음)
7/31-8/9일까지 1차 보식(잘 할 수 있을 거라 믿음, 이 기간에 백초효소와 녹즙을 먹어도 되는지?)
8/10-8/19일까지 2차 보식(음식물이 들어가는 이 때쯤 담배 생각이 날 걸로 예상됨, 지난번처럼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8/20-9/20일까지 3차 보식(이후에도 거의 자연식으로 식사를 할 예정. 지금도 별로 고기, 빵, 라면 같은 인스턴트 식품은 생각 나지 않음. 과자나 간식은 원래 즐기지 않음. 워낙 좋아하는 해산물이 문제인데 생선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찾지 못했음.)
계획 대로라면 이 여름이 다 가겠군요.
몸과 마음이 모두 풍요롭고 여유롭게 가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이 여름을 잘 보내야겠습니다.
첫 번째 단식 체험기는 그날그날 단상들을 적어놓은 것을 기초로 문장을 만들고 연결을 시키고 했더니 별로 생생하지가 못했습니다. 사실 정리를 하면서 혹시라도 군살을 붙이게 될까봐 조심스러웠거든요.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명현반응이 그렇게 심하지 않을 거라 보고, 그날그날 정리해서 글을 올리도록 애써 보려 합니다.
저처럼 다른 분들도 '나단체'를 통해 몸과 마음이 거듭 나는 행운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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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단식 첫쨋날(7/15)
예비단식이라 뭐 별로 올릴 만한 거리가 없네요.
그래도 정리해 봅니다.
아침 : 효소 한 잔
점식 : 잡곡밥 1/3 공기, 콩나물된장국, 김치, 다시마. 비름나물, 갈치젓갈, 상추.
저녁 : 잡곡밥 1/3 공기, 무국, 김치, 다시마식초무침, 도라지나물, 곤약조림.
마그밀을 먹어서 그런지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직행, 치질로 괴롭지만 시원하게 볼일을 보
고 나니 밥 생각이 났다. 5일 생수단식 이후에 꼬박 세 끼를 먹은 탓이다(단식 전엔 하루
두 끼를 먹었음). 하지만 오늘부터 감식에 들어가야 한다.
아침식사 대신 백초효소(변산공동체에서 만든 것으로 백 가지 약초를 넣어서 만든 효소)에
감식초 한 숟갈을 넣어서 마셨다.
입이 심심.
컴퓨터 앞에 앉으니 금방 담배 생각이 난다.
예비단식이 5일이니 오늘은 5대, 내일은 3대, 모레는 2대, 그 다음은 빵빵빵 줄여 나가리라.
정서적으로는 참담하기 그지없는 나의 서슬이 시퍼런 각오와 다짐에 오소소 몸이 떨릴 지경
이다. 이 여세를 몰아 연말까지 버텨야 한다.
오후엔 장애우평등학교에서,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다.
내린천엘 갔다 오는 길이니 모르긴 해도 저녁 시간이 지나야 도착하지 않을까?
그래도 저녁 준비는 해야겠지.
뭘로 하나, 고민되네.
내가 먹을 게 별로 없다 싶으니 남 줄 것도 떠오르지 않는 고약한 심보.
냉장고를 뒤져본다.
시장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잉~ 법성포 굴비가 있으니 그걸로 되겠구먼.
서울에는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고 있다는데, 여기는 별로.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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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단식 2일째(7/16)
5일 생수단식에 이은 예비단식이라 별로 양을 줄일 것도 없고,
아직은 이렇다할 거리가 없습니다.
주변정리나 잔잔하하게 챙겨야 할 것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침 : 효소 한 잔
점식 : 잡곡밥 1/3 공기, 된장국, 배추김치, 해초무침. 상추. 케일, 생된장.
저녁 : 잡곡밥 1/3 공기, 미역국, 물김치, 해초무침, 우엉조림, 감자샐러드.
비가 그치고 구름도 물러갔다.
산에 오르기 좋은 날씨, 바람까지 알맞다.
허리돌리기 300번, 윗몸 일으키기 20번.
가볍게 산을 내려와 벌꿀을 탄 토마토 주스 한 잔을 마셨다.
머리도 맑고 몸도 가볍고 이눔의 치질만 우째 좀 사라져주면 좋겠구만.
맨날 하는 똥간 타령,
이 단식이 끝이 나면 나도 좀 우아하게 살 수 있을라나?
위통으로 시작된 단식에서 내 몸에 대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무시했던 많은 것들을 알았듯이,
치질로 시작된 이번 단식에서도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그게 뭔지, 뭐가 될지, 생각 나는 대로 써보기로 하자(정리가 되는 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단식 기간중에 읽을 책도 미리 준비해두고, 구총제도 미리 사다놓아야지. 잊지 말 것!
오늘도 마그밀 4알, 내일 아침을 평화롭게 맞이하기 위해..
찬물을 마셨는데, 그게 아니라니~~~~~억~
5일 동안 생수 단식을 할 때도 찬 생수만 마셨는데, 무식은 남 주는 게 아니라더니..
몸만 고생을 하고 말았다.
사이트에 들어와서 필요한 부분만 단어검색을 하였더니 요런 결과를 가져왔음이야!
시간 나는 대로 찬찬히 사이트를 둘러볼 것!
필요하면 예비고사 공부하던 실력으로 딸딸 외우기라도 해야겠다.
단식에 관한 책도 좀 준비를 하도록 하고..
다리부기는 많이 빠졌다.
이제 복숭아 뼈도 살아났다.
푸석푸석 약간 부은 듯한 얼굴은 마찬가지,
그렇다고 컨디션이 나쁜 건 아니고, 맨날 그랬듯이 그 타령.
담배를 몇 대나 피웠는지 잊어 버렸다.
아! 내일부터는 그날 피울 담배를 미리 책상 위에 꺼내 놓아야겠다.
내일은 2대였던가?
잠시 확인.
2대라.. 벌써 스트레스를 확확 받고 있다.
그래도 지켜야지.
우아한 가을을 위해서,
이 지구에서 숨쉴 수 있는 남아 있는 날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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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단식 3일째(7/17)
색다른 경험을 했다.
지난번 5일간의 생수단식 때는 그저 고통 속에서(왝왝거리고, 찌푸리고, 짜증나고, 더러 놀랍고, 우울하고, 질질 짜기까지) 보냈다.
내 몸 안을 들여다보는 일, 흥미롭다.
아침 : 효소 한 잔
점식 : 잡곡밥 1/4 공기, 호박된장국, 배추김치, 해초무침. 비름나물.
저녁 : 잡곡밥 1/4 공기, 미역국, 물김치, 우엉조림, 표고버섯나물(참기름 넣지 않은 것으로)
사이사이에 효소 한 잔 더 마시고,
죽염에 찍어서 큼지막한 삶은 감자 1알 먹었고,
저녁엔 포도와 방울토마토도 조금 먹었다(어제그제도 과일을 먹었는데 빠뜨리고 쓰지 않았음).
마그밀 덕분에 볼일을 잘 보았다.
상처가 조금 아물어서 그런지 욱씬거리던 통증도 거의 가라앉았다.
이만만 해도 살겠는데,
오늘은 책상에 착 달라붙어서 밀린 일들에 속도를 붙여보자.
근데 궁하면 통한다더니,
담배가 모자라니 희한한 방법이 떠올랐다.
담배 없이 화장실에 앉았는데, 마치 담배를 피듯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를 반
복하고 있었다. 가만보니 끝까지 내뱉는 날숨에서 순조롭게 볼일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냥 심심해서 담배 피는 흉내를 내 본 것뿐인데,
배변과 호흡에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해피 님께서 치질은 전신질환이라고 하셨는데, 이제 쬐끔 이해가 가는구먼.
그저 위와 대장 정도의 관계만 생각했었는데..
내일도 마찬가지로 그런 효과가 있는지 몸안의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겠다.
비슷한 경험을 산에 올라서도 하게 되었다.
평소엔 허리돌리기를 하는 동안 그저 숫자를 헤아리며, 뭔가를 생각하며, 멍한 시선으로 숲
을 바라보는 정도,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저절로 눈이 감겼다.
잠시 생각의 끈을 놓지 못해 비좁은 통로 같은 것을 통과한 듯(뭔가 더 나은 표현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그 다음은 온갖 주변의 소리가 빨려들 듯 머리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을 하는데, 멀리 산 아래서 들려오는 세상이 움직이는 소리, 삐걱대는 발판 소
리, 새 소리, 벌레 소리, 잔잔한 바람 소리, 이파리가 부대끼는 소리, 그 다음이 놀랍다.
내 몸 안에서 나는 소리, 투둑, 뚝, 꾸르륵, 두두두둑, 이게 다 뭐지?
맨날 이런 소리를 내고 다니는가? 내가?
몸안도 세상 못지않게 시끄러업구우나아~~~~~~.
*글 올리려고 하는데 메일이 왔다는군요. 전교당? 누구신지?
아하! 박근수 님, 아직 깨어계시는군요.
그냥 이어서 쓰겠습니다. 오래전 어문각에서 나온 이제마 선생의 책을 만든 적이 있어 그 분의 사상이나 체질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알고 있는데요. 그 체질을 알아보는 방법과 체질식에 나오는 음식들이 한의사들마다 좀 다른 것 같아서요. 대광 것을 권해주셨군요, 내일 준비하도록 하지요.
그리고,
입이 쓰거나 어지럽거나 그러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저도....
한 개 주면 두 개 달라, 그러는 게 문제지요.
한 가지 더..
매운 맛은 짬뽕까지는 아니구요.
제가 단식하느라 고생한 가족들을 위해서 매운탕을 끓였는데요.
국물 한 다섯 숟갈 정도 하구요, 그 안에 들어 있던 호박이랑 무 몇 조각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아직 살아 있지요.
늦은 시각에 주신 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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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단식 4일째(7/18)
아침 : 효소 한 잔
점식 : 잡곡밥 1/4 공기, 시금치된장국, 호박나물
저녁 : 잡곡밥 1/4 공기, 아욱된장국, 시금치나물.
효소와 생수를 많이 마셨고,
오후에는 포도와 방울토마토를 먹었음.
힘이 딸린다. 5일 단식에 이은 감식 탓일까?
파란불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쪼그리고 앉았다.
여전히 냄새에는 민감한 듯, 배기가스 냄새가 역겹다.
걸어서 서점과 은행을 갔다왔다. 약국에 들러 회충약도 사고,
김동극 선생의 을 샀고, 전교당께서 권해주신
는 없단다. 동네 작은 서점이라 며칠씩 기다려서 다시 나와야 하고, 주문도 어렵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이 더 빠를 듯. 할인도 받고..
을 들고 앉은자리에서 '단식 후의 생활'까지 한 절반 정도 읽었다.
지난 번 5일간 생수단식의 악몽들이 책의 내용과 연결이 되면서 주욱 떠올랐다.
심했던 구토와 메스꺼운 증상은 마땅히 위가 좋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고(110쪽),
춥고 어지럽고 나른하고 무겁고 가려웠던 것은 담배를 위시하여 42년 동안 켜켜이 쌓아온 많고 많은 독소들과 노폐물들이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쳤음이요(109쪽).
설태가 심했던 것도 위가 좋지 않았음이다(107쪽).
마구 넘어오던 누렇고 검은액을 두고 똥물이라고 하는 건가, 뭔가 했더니, 담즙이었단 말인가?(111쪽) 본단식 5일째(마지막 날)에 있었던 일이라 자연스럽게 다음날 미음을 먹었고 더 이상의 구토는 없었지만 내 평생 그렇게 쓴맛은 처음이었다.
미리 책을 읽고 잘 준비된 상태에서 첫 단식을 했더라면 불안감도 덜하고 그때그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마음의 준비도 주변 정리도 첫단식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담배에 대한 어정쩡한 태도도 버렸고(사실 이건 공식적인 발언이고, 공복에 피는 첫 담배의 그 아찔한 맛을 아시는지요, 무지 그리워 할 거라는 거, 무지 힘들 거라는 거, 해피 님, 말로서나마 푸는 이 괴로운 심정을 헤아려주소서. 담배에 관한 한 첫 단식 때보다 더 힘들 거라는 거 각오하고 있습니다. 첫단식 때는 심한 명현 반응 때문에 본단식 중에는 거의 쓰러져 있는 상태였으므로 담배고 뭐고 아무 생각이 없었거든요. 이번에는 명현 반응이 좀 덜할 거라고 본다면 담배 생각이 아주아주 많이 날 거 같습니다.) 단식으로 치질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데 대한 믿음도 생겼고(단식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병에 치질이라는 낱말이 확실하게 나와 있더군요. 118쪽과 119쪽에 걸쳐서, 아, 물론 해피 님의 도움 말씀에 힘입은 바 큽니다. 재확인이 되었다는 이야기), 단식은 단지 질병의 치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마음자리의 문제이며, 수행하는 자세(이제 겨우 개념 정리를 하고 있는 단계지만)의 차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차 보식기간 중에 다리가 부은 것에 대한 궁금증도 나름대로 해석을 내려 볼 수 있었다.
71쪽에 보면 제2보식기에 과식하면 얼굴과 몸이 붓게 된다는 말이 나와 있고, 원래 2식을 하던 사람이었다면 3차 보식기간에도 마땅히 2식이라야 하고(단식 전에 자신이 먹던 양의 몇%, 이런 식인데..) 특히 변동훈 스님의 보식법(71쪽)을 보면 1일 2식의 현미 채식과 소식을 권하고 있었다. 근데 난 사이트에 나와 있는 보식법(2차 보식에 보면 '밥은 반 공기 세 끼'라고 나와 있어 양은 줄여서 먹었지만 세 끼를 꼬박 챙긴 것이다.)에 써 있는 그대로 따라 했다. 딴에는 아주 착실하게 써 있는 대로 잘 하느라고,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 먹다보니 하루 3식이 되었고 단식 전에 워낙 2식에 소식을 했으므로 그 양이 나에게는 과식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나름대로 해보았다.
꼼꼼하게 분석하고 따져보고 공부해서 자신에게 맞는 단식법을 찾아야 하는데 놓친 것이 많았다. 먹고 싶은 것을 참지 못해 먹었다면 덜 억울하겠는데 모르고 그랬다니 이렇게 멍청한 짓을.. 단식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다. 부끄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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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단식 5일째(7/19)
아침 : 효소 한 잔
점식 : 쌀밥 1/4 공기(집이 아니라서 어쩔 수가 없었음), 된장국, 호박나물, 열무김치
저녁 : 효소 한 잔
효소는 중간에 두 번 더 마셨고 생수는 아예 들고 다니면서 마셨음.
계속 해서 마그밀을 먹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화장실 가는 일이 그리 힘들지 않다.
치질의 상처도 어느 정도 아물어서 통증이 많이 가라앉았다.
오늘도 산에 오르지 못했다.
일이 생겨서 지방을 다녀왔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거의 5시간을 운전대를 붙잡고 있었더니 온몸이 뻐근하다.
특히 왼쪽 어깨 부분이 많이 아프다. 간간이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온다.
이제 내일부터 본단식에 들어간다.
빠진 것은 없는지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지쳐서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잤다.
밤늦은 시간에 잠깐 일어나 마그밀 4알을 먹었다.
구충약은 내일 아침에 먹기로 한다( 63쪽/본단식 첫날 아침에 반드시 구충약을.. ).
아, 근데 이 무슨.. 변고.
걱정을 할 일인가? 아니면 반갑다고 해야 하나?
남편이 함께 단식을 하겠다고 한다.
예비단식도 없이 곧바로 본단식으로, 내일부터, 나랑 같이.
동지가 생겨서 기쁘긴 한데, 일이 걱정된다.
원고마감일이 훨씬 지났고 예정된 출판일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일을 어쩌려고 그러는지.
물론 김동극 선생은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에겐 더 없이 좋은 기간이라고 하셨다.
선생도 단식 기간 중에 이 책을 썼다고도 하셨다.
그래도 걱정이 앞선다.
엄마가 식사준비로 고생을 좀 덜하게 되긴 했다.
혼자서라도 잘 챙겨 드셔야 할 텐데..
후두둑 비가 쏟아진다.
생각이 많은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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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첫쨋날(7/20)
온수 목욕()을 정성껏 하고 잔 탓인지 아주 달게 잠을 잤다.
지난 번 단식과는 달리 몸도 마음도 평화로운 가운데 본단식에 들어가게 되어 아주 행복한
아침이다.
눈을 뜨자마자 구충제를 먹었다.
그 다음은 곧바로 화장실로 직행,
이제 담배 없이도 제법 볼일을 잘 본다.
유치원에 새로 입학을 한 기분, '저 잘했지요?'
대견하게 여겨지고 자랑하고픈 일.
물론 마그밀이 1등 공신이겠지만 호흡을 길게 내뱉는 것 또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동극 선생께서 기술해 놓은 요가 호흡법( 88쪽)을 어제부터 하고 있다.
잘되고 있는 것 같진 않지만 열심히 흉내를 내고 있다.
깊고 긴 복식 호흡이 인간 본연의 호흡이라는 말씀에 충격이 컸다.
짧아지고 얕아진 호흡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지가 제법 되었는 데도(평소에 담배를
피거나 오르막길을 걸어보면 알 수 있다.)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내겐 아주 흥미로운 호흡
법이다.
날짜를 3일 앞당겨 생리가 시작되었다.
생리가 끝날 때쯤 단식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래저래 미루다보면 기회를 놓칠까봐..
허리가 아프기도 하고 두통이 오기도 하고 기분도 축 쳐져 있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엔
아무렇지도 않다.
색깔이 검어졌다거나 농도가 달라진 것도 없고, 눈에 띄게 양만 많아졌다.
자궁은 대체로 이상이 없다는 신호인가?
몸과 대화 나누는 일을 서서히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생리가 시작되면 아랫배가 약간 부풀어오르면서 그 압박으로 치질이 빠지곤 했다. 그래서
이맘 때면 아주 조심을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그것도 없다. 특히 생리가 시작되기 바로 직
전에 치질이 말썽을 일으키면 정말 난감한 일이 되고 마는데(이번이 그런 경우가 될 뻔했는
데 벌써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었다.) 전혀 문제가 없다니 나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지난 5
일간의 단식이 이런 선물을 가져다 준 것일까, 가만 앉아 생각만 해도 괜히 입이 벌어져 혼
자 헤죽헤죽 웃고 있다.
크든 작든 아픈 데 없이 편안하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온몸으로 오소소 느끼고
있다.
오후에는 방학을 맞아 캐나다에서 나온 친구를 만났다.
셋이 인사동에서 뭉쳤는데 시작부터 단식이 화제가 되었다.
짧은 상식과 경험으로 열심히 아주 열심히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자기들도 해보고 싶다고
난리다. 김동극 선생의 책을 선물하기로 했다.
말을 좀 많이 해야 하는 것이 흠이긴 했지만 속내를 털어놓는 진지한 이야기들도 단식 첫날
인 내게 많은 생각을 일으키게 했다. 자신을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는 일, 개인의 이기주의에
대해서, 가족 이기주의에 대해서, 관계나 서로소통의 문제에 대해서...
아, 근디, 야들이 낙지볶음을 먹겠다고 덤비네.
내가 매운 거에 혹하는 사람인디 정곡을 찔렸다.
시원한 조개탕에 알싸하고 매콤한 낙지볶음이라, 여기다 산사춘 한 잔까지 곁들이면...
그야말로 속내는 죽을 맛이었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아이고 뭘 그까짓 걸 갖고.., 참을 만하다고.. 있는 내숭 없는 내숭 다 떨
었다. 그래서 정말로 낙지볶음을 앞에 두고 내가 생고생을 했을까?
아니었다. 물만 먹고 왔지요.~~~~~~
일단 먹지 못할 때는 눈과 코로 들어오는 정보가 문제인데 이 음식은 코로 들어올 게 전혀
없다는 것. 눈은 적당히 피하면 되니깐 어려운 일이 아니고,
만약 된장 비빔밥이나 뚝배기였다면 정말 힘들지 않았을까, 백번 탁월한 선택이었어.
어쩜 이쁜 짓만 골라서들 하는가 몰라?
혹 단식중에 함께 식사를 해야 될 일이 생기면 냄새가 덜 나는 요리를 선택하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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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둘쨋날(7/21)
자기 전엔 언제나 마그밀을 4알씩 먹고 잔다.
그 덕분에 하루가 평화롭게 시작되는데, 이잉~ 오늘은 여엉 성에 차지 않는다.
들어 간 게 없으니 나올 것도 없다는 이야긴가?
5일 생수단식으로 숙변까지 나온 상태니 이번엔 별로 채여 있는 게 없단 말인가?
지난 번엔 정말 지독했었다. 냄새와 모양, 색깔 모두.
사람 눈은 대개 거기서 거기라더니, 어쩜 표현도 그렇게 같은지 모르겠다.
숙변을 보고 화장실에서 튀어나오자마자 남편에게 했던 말이 있다.
"그 아스팔트 까는 거 있잖어, 코울타른가 뭔가, 꼭 그거 같어."
그 뒤에 '나단체'에서도 단식책에서도 숙변에 대해서 나와 똑같은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얼굴 한 번 본적 없고 목소리 한 번 들어본 적 없지만 단식으로 알게 된 분들께 '너와 내가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이야!'라는 동지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주문했던 책이 왔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움베르토 에코/열린책들
*노자를 웃긴 남자/이경숙/자인
*느리게 사는 즐거움/어니 J. 젤린스키/물푸레
*인체기행/권오길/지성사
위 두 권은 읽고 싶었는데 시기를 놓친 책들이고, 아래 두 권은 특별히 단식기간임을 염두에 두고 고른 책이다. 읽고 있던 이나 는 당분간 덮어두기로 했다.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 치열한 투쟁 이야기는 단식이 끝난 뒤에 읽기로 했다.
단식 기간중에 머리나 가슴으로 들어가는 것도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나단체'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워낙 부자연스런 틀이나 미리 계획되는 것들에 익숙지 않아서 아직은 이렇다할 생각의 가닥이 잡혀 있진 않다. 하지만 책을 통해 음악을 통해 그림을 통해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에 대해 잔잔한 가운데 뜨겁게, 자연스런 가운데 깊이 통찰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어제도 그제도 산엘 오르지 못했다.
오늘은 꼭 가고 싶은데, 이런,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고 있다.
우산을 들고 동네를 돌아보기로 한다.
시원한 빗줄기를 맨몸으로 맞고 싶은 유혹에 쩔쩔 매다가 문득 다리가 풀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제 겨우 이틀짼데 벌써 힘이 딸려서야..
그래도 나온 김에 발길을 돌려 시장엘 갔다.
어린이자연학교 지도자워크숍을 떠나는 아들을 위해 밑반찬을 사야했다.
무말랭이, 멸치볶음, 감자샐러드, 부침개.. 아들아, 미안하다. 죄다 시장에서 산 것이로구나!
아무런 변화도 없고 몸도 너무 평안하니(그저 힘이 좀 없다, 그 정도) 마치 뭔가 잘못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힘들었던 지난 5일 생수단식 때의 기록을 들춰본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데 첫 단식 땐 왜 그렇게 힘이 들었던 것일까?
첫 단식 때 나쁜 기운이 모조리 빠져나갔단 말인가?
아직까지는 정말 아무런 변화도 없다.
평화, 고요 그 자체, 단식을 반복해서 하시는 분들, 다들 이러 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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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셋쨋날(7/22)
머리를 만지다가 우연히 머리카락이 빠진 것을 발견했다.
삼 년 전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뒤 위경련과 원형탈모증이 왔었다.
소식으로 위통은 잠시 잠을 재웠지만 원형탈모증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정수리 아랫부분과 귀 뒷부분이었는데 지름이 3센티미터 정도 되었다.
평소 병원하고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라(서양의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근거한 학문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지 뭐, 하고 내버려뒀더니 어느새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해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구가 되었다. 근데 정수리 아래 부분은 멀쩡한데 귀 뒷부분의 바로 그 자리에 있어야 될 머리카락이 없는 것이다. 삼 년 전보다 크기는 작지만 맨들맨들... 상심하고 있다. 어찌 된 일일까?
이전에 병을 앓았거나 좋지 않았던 부분은 다시 나타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난 5일간의 생수단식 때 그렇게 된 것인지, 그전에 그렇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해서 다시 나려고 빠져버린 것일까?
머리결은 아이들 같이 부드럽고 좋은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늘고 약하다.
머리카락이 길면 아래 끝부분까지 영양이 가기 힘들어 많이 빠진다고 자르기를 권한 사람도 있다. 뭐 내세울 만한 게 없어서 머리라도 길러보는 건데, 히히.., 사실 퍼머도 체질에 안 맞고, 미장원 갈 여유도 없고, 즐기지도 않고, 돈도 굳고, 그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끝만 잘라주면 되니, 머리를 감지 않은 날, 급히 나갈 일이 생기면 묶어서 모자를 써도 좋고, 분위기도 달라져 일석이조. 머리를 잘라볼까? 잠시 아주 잠시 생각하다 그냥 두기로 한다. 날 때가 되면 또 나겠지.
밑반찬 챙겨서 아침 먹여서 빠진 물건 없나 살피고..
열여덟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애다.
아침에 아들하고 한바탕 씨름을 해서 그런가, 속이 메스꺼운 게 꼭 토할 것만 같다.
경박스럽게 아아! 평화, 고요, 하고 떠들었더니 바로 복수전이 뒤따른다.
하지만 이젠 두렵지 않다.
심해지면 꿀물을 복용해야지, 답을 알고 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
약간 어지럽기도 하고 힘도 없지만 그 또한 겁낼 일이 못된다.
죽염도 준비되어 있다. 물론 볶음소금도 함께.
뚜루루 몸을 한번 살펴보자.
오줌 색깔은 맑고, 입은 약간 텁텁하고, 백태도 약간 끼었고, 입술은 지난 번 단식 때와는
달리(사실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 꺼풀 벗겨지고 있고, 얼굴색은 많이 밝아졌고, 뭐가
잔잔하게 올라왔던 것도 거의 사라졌고, 위는 편안하고, 치질은 들어가서 나오질 않고, 견비
통은 오랫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만 않으면 괜찮고, 두통은 거의 없고, 치통도 거의 없
고, 손바닥이랑 발바닥의 껍질이 부분부분 조금 벗겨졌고, 간간이 핑~ 돌면서 어지럽고, 몸
무게는 57킬로그램이고, 생리는 순조롭고, 배고픔은 없고, 순항중이다.
바람이 너무 좋다.
피부가 마구마구 숨을 쉬는 듯, 산에 갔다와서 놀이터에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아이들의 움직임이 유연하고 경쾌해 보인다.
망설임도 막힘도 없어 보인다.
순수, 때묻지 않은 것, 본래의 것, 자연스러움 등의 낱말이 떠올랐다.
반대로 오만과 편견(책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요.), 덧붙이고 치장하기, 부자연스러움,
같은 낱말도 떠오른다.
내가 서 있는 곳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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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넷쨋날(7/23)
벌써 나흘이나 지났다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단지 밥을 먹지 않을 뿐인데 시간이 왜 이리 많이 남아도는지,
하루하루는 그런 느낌인데 나흘은 금세 지나갔다.
천둥 번개에 너무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농작물은, 낮은 지대에 살고 있는 서민들은, 난개발지역 가까이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토사가 흘러내려 마을을 덮치는 건 아닌지, 지하단칸방에 살고 있는 신혼부부는, 아, 장애우평등학교는..
전화기를 들었다.
그쪽은 비는커녕 햇빛이 쨍쨍이란다.
운동장 풀을 뽑는다고, 봉사자들을 위해서 미숫가루를 탄다고,
분주한 움직임에서 나오는 경쾌한 목소리들...
가족들 목소리를 듣고 나니 한결 기분이 낫다.
후원금도 줄고 찾아오는 발길도 뜸해지면 어쩌나, 걱정인데..
그래도 마흔을 넘긴 내게 그들은 언제나 희망을 말한다.
여름엔 좀 나을 것이다. 유치해 둔 캠프나 여름학교 행사로 돈이 좀 생길 테니깐..
본단식이 끝나는 대로 금산엘 내려가 봐야겠다.
앞쪽 머리가 아프다.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시간표대로라면 오늘쯤엔 아프던 것도 덜해진다는 나흘짼데.
억수로 쏟아지는 비에 스트레스를 받은 탓인가?
아니면 어젯밤 뒤숭숭한 꿈자리 때문인가?
번뇌가 깊으면 꿈도 많다는데,
깊은 곳엔 아직도 전쟁중인가?
가? 가? 가? 가?...
뭐가 이리도 모르는 게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지, 비울 수 있으면 좌악~ 비웠으면 좋겠다.
그러려니, 그러려니, 그러려니...
한 생각 놓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결국 스스로 대안을 마련한다.
책을 들었다.
이경숙의 통쾌한 논조를 즐겨보자.
한판 깨지는 김용옥 식의 을 들여다보자.
책을 보다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웬 맑음?
옷을 주섬주섬 입고 집을 나섰다.
월말이 되어가니 은행갈 일도 많다.
예전엔 폰뱅킹이나 피씨뱅킹을 했는데 일부러 걸어서 은행까지 간다.
사람이 다니는 길에도 차가 먼저다.
매번 차를 가지고 다니던 나로서는 이런 풍경이 낯설다.
나 떄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길을 비켜주었을까?
입장 바꿔 생각해 볼 일이다.
어쭈, 내 걸음이 느리니 빵빵거리기까지,
돌아오는 길에 심하게 구역질이 올라왔다.
머리까지 아프다.
불투명하고 잔잔한 하얀 거품의 침이 자꾸 고인다.
신물도 올라오고 들어간 것도 없는데 웬 트림은?
물을 마시면 배까지 뒤틀리는 듯하다.
현기증도 심하다.
군데군데 가렵기도 하고..
쉬어가면서 겨우 집에까지 올 수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꿀물을 1/4컵 정도 만들었다.
한 모금 마시고 누웠는데도 쉬 가라앉질 앉는다.
지난번처럼 똥물(담즙) 넘어올까 겁난다.
너무 달아서 계속 마시기도 힘들다.
마루에 누운 채로 살풋 잠이 든 것 같다.
속은 좀 가라앉은 것 같은데 두통은 그대로,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하다.
걱정이 된 남편이 효소를 타 왔다.
또 마셔보지만 잘 넘어가지 않는다. 억지로 마셨다.
한 30분 넘게 지났을까, 두통이 싹 가셨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남편은 단식을 하는 사람인지 안 하는 사람인지 도통 구분이 가질 않는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이토록 심한가?
남편은 평소 내가 몸관리를 하지 않아서 그렇단다.
뭐 자기도 썩 잘한 거 같지는 않은데..
허기야 담배도 삼 년 전에 끊었고 원래 술도 안 하는 사람이니, 근수가 좀 나가는 게 문제지, 절대로절대로 몸무게는 공개하지 말란다. 이번 단식 끝나면 확 달라질 것이니 그때까지만 참아 달라네.
그게 공짜로 될라나, 몰러?
혼자 밥을 챙겨 드시는 엄마가 안쓰럽다.
단식 들어가기 전에 나물도 무쳐놓고 장조림도 졸여놓고, 생선도 얼려놓고, 밑반찬도 챙겨두긴 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마찬가지.
엄마도 같이 할 수 있음 좋은데, 설득시키기가 만만치 않은 일.
다음 주에 집으로 돌아오는 아들에겐 말발이 먹힐라는지,
이 좋은 것을 안 하면 오히려 그대가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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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다섯쨋날(7/24)
어제 효소와 꿀물을 조금 마셔서 그런지 몸무게엔 변화가 없다.
덕분에 구토와 두통은 가라앉았다.
머리가 조금 묵직하긴 하지만.. 어제만큼 힘이 없지도 않다.
근데 간간이 재채기가 난다. 어제부터였나? 한두 번으로 끝나려니 했는데 계속이다.
팔다리에 붉은 반점이 서너 개 올라왔다. 가렵다.
지금 벌써 며칠짼가?
아침에 화장실 가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본단식 둘쨋날부터 영 시원치가 않더니 셋쨋날부터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마그밀 4알로는 부족하단 이야긴가?
시계방향으로 문질러도 보고 요가 호흡법도 하고 붕어운동 모관운동 골고루 하고 있구만.
배는 부글부글 끓고 야단이고, 변의도 간간이 느껴지는 듯한데 화장실을 가면 매번 불발이
다. 아~ 그리운 쾌변이여!
볼일을 못 보니 은근히 담배 생각이 또 나기 시작한다.
해피 님 아시면 큰일!!(저 끝까지 잘할 테니 믿어주시와요.)
온몸이 가렵다.
볼일을 못 봐서 그런지, 명현반응인지, 1차 단식 때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잠을 설치기에는
충분하다.
뭔 비는 또 그리도 세차게 쏟아지는지, 밤새 모두 안녕하길..
집 떠내려간 사람, 살림살이 젖은 집 없으면 좋으련만.
양수기 사라고 보내준 성금은 다 어디에 쌓여 있는고? 고이 잘 있나 모르겠네?
저녁이 되니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거북한 느낌에 매캐한 냄새까지, 아무래도 화장실을 못간 탓인 거 같다. 관장기구를 따로 준비하지 않았는데, 어쩌나?
1차 단식 때도 5일째 되던 날, 똥물을 콸콸 토해가며 무지 고생을 했는데, 오늘도 영 심상치가 않다. 이건 헛구역질이 아니다. 꿀물을 먹어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속에 것을 빼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랍에서 엄마가 쓰다 남은 둘코락스 좌약을 하나 발견했다. 망설이다가 토할까 두려운 마음에 집어넣기로 한다. 그래도 한동안 소식이 없다. 양말을 챙겨신고는 아파트 주변을 걷기로 한다. 한 두어 바퀴쯤 돌았을까, 신호가 왔다. 꼭 이럴 때 엘리베이터는 17층에 가 있더라. 왕짜증!!
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기는 했지만 성공, 올매나 시원하든지, 이 기분, 아무나 맛보는 거 아니지~잉. 내용물은 거의 없다. 시속 얼마쯤 될까? 무서운 속도로 빠져나가는 건 순전히 누런 물뿐. 치질이 약간 따끔거리기는 하지만 이런 정도야, 뭐.
화장실 문을 나서는 순간, 졸음이 몰려온다.
싸고, 물 마시고, 자고, 단순 간단 명료한 삶이다.
얼마나 잤을까?
일어나니 몸도 마음도 가볍다.
책이 눈에 들어온다.
이경숙의 정말 재미있다.
일단 우리글을 아는 사람이다.
도올의 해석이 뭔 말인지 도통 알 길이 없는 반면 그의 말은 앞뒤가 맞다.
그이의 말처럼 책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뭐 하는 사람인지, 뭘 하던 사람인지, 너무너무 궁금하다.
약력을 보고서는 알 길이 없다. 만나보고 싶을 정도다.
그가 소녀시절, 다락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소화13년에 나온 도덕경을 읽고 감격의 눈물을
철철 흘렸다고 했는데(이경숙은 영혼을 두드리는 북소리가 들렸고, 마음의 심연을 흔드는
폭풍이 일었다, 고 했다.), 나는 나이 마흔셋에 그의 도덕경 해설을 보고 그렁그렁 눈물 방
울이 맺힐랑 말랑. 가슴이 울컥 치밀었다.
물론 도올의 도덕경 해설을 보고는 짜증만 났었지. 이 뭔 소리야? 그랬다.
당장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야겠다.
무위의 삶을 지향하는, 단식하는 동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노자 사상의 핵심이기도 한,
무위(無爲/꾸밈이 없이 있는 그대로)에 관한 아름다운 구절을 인용해보자(내용이 깁니다. 지
루하시면 여기서 발길을 돌리셔도 되옵니다.)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천하개지미지위미 사악이
天下皆知善之爲善
천하개지선지위선
故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較 高下相傾 音聲相和 前後相隨
고유무상생 난이상성 장단상교 고하상경 음성상화 전후상수
是以聖人 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시이성인 처무위지사 행불언지교
萬物作焉而不辭 生而不有
만물작언이불사 생이불유
爲而不恃 功成而不居
위이불시 공성이불거
夫唯弗居 是以不去
부유불거 시이불거
하늘 아래 사람들이 모두
아름다운 것이 아름답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추한 것이다.
하늘 아래 사람들이 모두
선한 것이 선하다고만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선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있음과 없음은 서로 생하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 이루며
김과 짧음은 서로 겨루며
높음과 낮음은 서로 기울며
노래와 소리는 서로 어울리며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
그러하므로
성인은 함이 없음의 일에 처하고
말이 없음의 가르침을 행한다.
만물은 스스로 자라나는데
성인은 내가 그를 자라게 한다고 간섭함이 없고
잘 생성시키면서도 그 생성의 열매를 소유함이 없고
잘 되어가도록 하면서도 그것에 기대지 않는다.
공이 이루어져도 그 공 속에 살지 않는다.
대저, 오로지 그 속에 살지 아니하니
영원히 살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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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뭔 말을 하자는 것인지 도올의 번역을 보면 알아먹겠나요?
전 도통... 아래 이경숙의 번역을 한번 보시지요.
아주 명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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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이 다 아름답다고 알고 있는 것이
꾸며진 아름다움이면
이것은 악한 짓이며,
세상 사람들이 모두 선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
선함을 가장한 것이면
이것은 불선이니라.
없음에서 있음이 생기고
어려움이 있어야 쉬움을 알게 되고
긴 것을 두고 짧은 것을 재는 법이며
높은 것과 견주어 낮은 정도를 보고
소리와 비교해서 음악을 알아듣고
앞이 정해져야 뒤가 따를 수 있음이니라.
(만약에 아름답지 않은데 아름답게 지어내거나
선하지 않은 것을 선하게 꾸미거나
어려운데 쉬운 것처럼 가장하거나
짧은 데도 긴 것처럼 속이거나
낮은 것을 높은 것처럼 과장하거나
소리를 음악이라고 우기고 앞과 뒤가 헷갈리면,
세상 사람들이 진실로 아름답고 추한 것과
선한 것과 악한 것과 있고 없음과 길고 짧음과
어렵고 쉬운 것과 높고 낮음과
음악과 소리의 구별을 하지 못하며
무엇이 앞이고 무엇이 뒤인지를 알지 못하나니)
그러한 이유 때문에 성인은 꾸미지 않고 일을 처리하며
말없이 가르침이 되게 실천하며,
천하 만물을 자기 손으로 만든다 해도
떠들어 자랑삼지 않는도다.
살면서도(드러내지 않기를) 없는 듯이 하고
꾸며서 지어내는 것에 의존하지 않으며
공을 이루어도 차지하지 않음이니,
대저, 오로지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그 공이 없어지지 않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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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추하고 악한 것을 멀리한 것이 아니라 위미(아름답게 꾸며진 것)와 위선(착하게 꾸며진 것)을 경계했다고 하며, 미추와 선악을 함께 인정하고 수용했다고 합니다.
그게 대저 사람이고 사람 사는 동네에서 나온 말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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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여섯쨋날(7/25)
눈꼽이 끼고, 꼬딱지가 붙어 있고, 입이 텁텁하고, 고약한 냄새도 올라오고, 머리카락은 푸석
푸석, 많이도 빠지고, 팔다리에 멍 자국, 자꾸 드러누워 자고 싶고 절로 눈이 감기고,
얼굴빛은 맑아졌고 목소리도 낭랑해졌고, 피부는 매끌매끌, 얼굴에 잔잔하게 올라왔던 것도
사라졌고, 머리가 맑고, 더러 내면이 고요하고,
몸무게 56킬로그램, 한 3∼4킬로그램 정도 빠졌다.
물론 55킬로그램 정도만 되도 뼈들이 툭툭 튀어나오긴 한다.
키가 크고 뼈대가 굵어서 그렇다.
지금도 쇠골, 무릎뼈, 골반뼈, 복숭아뼈, 팔목에 있는 둥그런 뼈를 뭐라고 하나?, 등등이 불
거졌다. 남편은 자기 몸에 갖다대지 말란다. 뼈가 자길 아프게 한다나 뭐래나, 아무렴 그럴
까? 왜 아침부터 몸무게 타령인가, 하면 힘이 너무 없기 떄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힘이 든다.
누워서 붕어운동을 하려는데 그 또한 맥이 탁 풀리는 것이,
구토도 가라앉았고 두통도 사라졌는데, 아픈 데가 없으니 이젠 또 힘이 없다.
이것도 문제네. 허기야 5일 단식에 이은 10일 단식이니 힘이 없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오늘이 2차 단식 엿새째니 합하면 한 달 사이에 결국 11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 핑핑 돌고 어찔어찔한 것이 뭐라도 해야겠는데 마음뿐,
그렇다고 가만 누워 있자니 좀이 쑤시고..
글도 안 들어오고,
그림도 그렇고,
음악도 마찬가지,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것도 물론,
배에 힘도 없는데 왜 재채기는 자꾸 나오는 것일까?
들었던 감기도 낫는다는 단식 기간중에 감기가 올 리 없고,
알러지인가? 뭔가 나하고 맞지 않는 물질이 집에 들어왔나?
책 말고 새로 들여온 물건은 없는데..
힘이 없으니 하는 일도 줄고, 생각도 줄고, 느낌도 줄고, 정말 재미 없고 지루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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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일곱쨋날(7/26)
마그밀을 끊었는 데도 변의가 느껴졌다.
조금, 아주 조금 볼일을 보았다.
종이처럼 얇은 모양, 혹 숙변인가 했지만 냄새가 없는 걸 보니 아닌 듯.
치질이 약간 빠졌는데 크기가 작아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완전히 사라지려면 아직아직 멀었다.
치료가 된다는 것이 뭘 뜻하는지 잘 모르겠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건 아닌 거 같고 그러면 흔적은 남아 있지만 다시 부풀거나 성이
나지 않는다?
이잉~ 수치는 까먹었지만 전체 인구의 몇%라고 했는데, 암튼 많고 많은 치질환자 가운데
체험기 올린 이가 어째 한 명도 없는지?(경험 있으신 분, 누구 손 좀 흔들어 보시와요!)
통증은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자.
여전히 힘이 없다.
죽염을 찍어먹어 볼까, 생각중이다.
몸무게는 55킬로그램이다.
하루에 500그램씩 빠지는 거 같더니 오늘은 1킬로그램이 빠졌다.
어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너무 힘들게 하루를 보내서 그런가?
숨이 가빠지기도 하고 심장이 조여들면서 약간의 통증과 함께 마구 뛰는 이상한 느낌도 있
다. 남편이 꿀물을 1/3컵 정도 타왔다. 한꺼번에 도저히 넘어 가질 않는다. 두고두고 천천히
마시기로 하고..
강렬한 햇빛, 적당한 바람, 푸른 바다만 빠졌구먼.
날씨 조오타~~~~~
바닷가로 바람이나 쐬러갈까????
움직이기조차 힘이 드니 날씨 좋은 것도 샘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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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단식 여덟쨋날(7/27)
몸무게 54, 또 1킬로그램이 빠졌다.
이쯤해서 접어야 하나 고민중.
조금만 걷거나 움직이면 바로 구토가 올라온다.
몸을 가누기도 어렵다.
온몸은 가렵고 으슬으슬 춥다. 남들은 덥다고 에어컨 돌리는데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간간이 나오던 재채기도 멈추지 않는다.
어렵게 일어나서 반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요가호흡법과 명상법을 해본다.
생각의 꼬리가 너무 길다.
도마뱀처럼 자른 꼬리에서 또 다른 꼬리가 나온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왜 단식인가?
아무런 답도 나오지 않는다.
위장병 고치려고, 치질을 낫게 하려고, 진정 원했던 것은 그게 아닌지도 모른다.
흐트러진 생활, 어지럽게 돌아가는 현실을 한 박자 쉬고 싶어, 몸은 핑계였는지도 모르겠다.
야채효소를 1/3잔 만들었다.
한모금 들어가니 바로 구토가 올라온다.
꺽꺽대는 모양새가 꼭 한 상 차려먹고 트림이라도 하는 것 같다.
이것도 소화를 못시키니 보식 시작하면 미음은 어케 먹나?
먹는 게 부담스럽다.
그래도 속을 꾹꾹 눌러가며 구토가 덜할 때마다 마저 마셔본다.
목구멍까지 차올라 답답하다.
지난번엔 금방 효과가 있더니 이번엔 별로.
다 마셨는 데도 힘이 나는 것 같진 않다.
이렇게 힘이 없는 것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아랫배, 아니 허리? 그쯤에서부터 탁 접히는 것이 뭐가 쑥 빠져나가버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누워서도 숨이 평소보다 빠르고 손을 대보면 위장은 펄떡펄떡 뛰고 있고....
내일부터 보식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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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보식 첫쨋날(7/28)
고민 끝에 보식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몸무게는 또 1킬로가 빠져 53킬로그램이다.
이제 그만 좀 내려갔음 좋겠다.
힘이 너무 없으니... 그것도 괴로운 일이다.
한 걸음걸음에 숨이 차고 맥이 탁탁 풀린다고 상상해 보시라!
짜두었던 보식 계획표(hwp 표로 만들었는데 게시판에 올라가질 않아서요. html로 다시 짜
야 하는디, 아직..., 만들어 올리도록 하지요.)를 프린트해서 냉장고에 붙였다.
저러다 애 잡겠다고 걱정이 태산인 엄마를 위한 것이다.
미음 먹기 시작했다고 이것저것 만들까봐 미리 내가 선수친 것.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현미만 가지고 미음을 쒔다.
역시 잘 넘어가지 않는다.
목구멍에 탁 걸리는 것이 영 기분이 별로,
안 먹고 살 수는 없나?,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
서너 숟갈 삼키고 나니 이번에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네.
트림인지 뭔지 자꾸 꺽꺽대기까지...
먹는 게 이리 힘이 들어서야 어디 살겠나.
한숨 돌리고 나중에 먹겠다고 하니 실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보시는 엄마.
남편은 너무너무 맛있게 반잔을 딱 비워냈다.
거기다가 녹즙에 효소까지, 아~, 부럽다.
누워만 있으니 머리에 쥐가 난다.
앉아서, 누워서 할 수 있는 운동은 모조리 해본다.
기분이 한결 낫다.
느려터진 내가(현재 상황) 느리게 사는 즐거움이란 책을 들고 앉았다.
속도를 늦추면 삶이 즐거워진다고?, 지금의 난 별루...
천천히 기다리라고,
잠시 발길을 멈추고 생각해 보라고,
그럴 시간이 없다,라고 생각이 드는 바로 그때 멈추라고,
생각을 바꾸라고,
난잡(이건 번역이 좀 이상한 듯, 난잡? 대략의 뜻은 알겠지만 적절한 낱말은 아닌 듯, 원문
을 봐야 알겠지만.)한 것들도 치우라고,
조급증이 일으키는 질병들은?
스트레스, 신경통, 소화불량, 고혈압, 심장병, 궤양(내 흉을 보고 있는 거 같으잖아)...
후~~~~~~ 많기도 해라.
진정한 중용을 경험하라!, 음~ 이 말이 젤로 맘에 든다.
단식 후 나의 현실은, 생활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때 이른 기대와 실망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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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보식 둘쨋날(7/29)
두물머리에서 효소가 왔다.
백초효소랑은 맛이 많이 다르다. 깔끔하고 과일향이 난다고나 할까?
야생에서 나는 약초로 만든, 약간 텁텁한 맛이 나는 변산 거랑은 물론 다르겠지.
몸무게는 오늘도 줄었다. 52, 제발 이제 멈춰랏!
이러면 나, 힘 딸려서 일 못해!!
50 밑으로는 절대로 절대로 안된다~앗!
가슴은 절벽에다 툭툭 불거진 뼈다구에, 아, 싫다, 싫어.
오늘은 반 잔의 미음을 두 번 먹도록 한다.
50번씩 씹어서 삼키는 것을 일로 삼고 앉아 있어 본다.
곡기의 힘이 무섭다.
그래도 미음이 조금 들어갔다고 제법 움직임이 자유롭다.
어지러운 것도 좀 덜하다.
아침 시간 잠깐을 빼면 거의 쓰러져 있던 떄와는 달리, 오후에는 잠시 비가 멈춘 틈을 타서
놀이터까지 갔다왔다.
바람도 상쾌하고, 빗줄기가 쓸고 지나간 탓에 세상이 깨끗해졌다.
집에만 있어서 그런가?
별로 걸은 기억이 없으니..
무릎이 아프다.
삐거덕삐거덕...
특히 오른쪽이, 멍 자국도 늘어났다.
부딪혀서 생길 만한 자리가 전혀 아니다.
몰래 누가 꼬집었다면 또 몰라...
가려움증은 많이 가라앉았고, 붉은 반점이 톡톡 불거지는 것은 몇 군데 더 늘었다.
목과 다리와 가슴과 또...
으슬으슬 춥던 것도 이젠 덜하다.
아, 빠졌던 머리카락은 솜털 같은 것이 올라오고 있단다.
정말 신기하다.
삼 년 전엔 정확하진 않지만 거의 일 년이 걸려서 회복이 되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빨리 머리가 나올 줄이야.. 너무 빠르다???
암튼 반가운 일.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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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8/4
html 테이블이 너무 화려해서 올리기가 뭣합니다. 그래서 그냥 요런 수수한 모양으로..
날짜 점심 저녁
7/28 미음 1/2잔 미음 1/2잔
7/29 미음 1/2잔 미음 1잔
7/30 미음 1잔, 배추된장국(묽게) 미음 1잔, 배추된장국(묽게)
7/31 묽은 죽 1잔, 배추된장국(묽게) 묽은 죽 1잔, 배추된장국(묽게)
8/1 묽은 죽 1잔, 배추된장국(묽게) 묽은 죽 1잔, 배추된장국(묽게)
8/2 죽 1잔, 배추된장국(묽게) 죽 1잔, 배추된장국(묽게)
8/3 죽 반 그릇, 된장국(묽게, 두부) 죽 반 그릇, 된장국(묽게, 두부)
8/4 죽 반 그릇, 된장국(묽게, 두부) 죽 반 그릇, 된장국(묽게, 두부)
8일간의 보식 계획표입니다.
이렇게 계획을 세워뒀지만 계획에 미치지 못하는 양을 먹고 있습니다.
위장이 받아주질 않네요.
미음 1/2잔을 나누어서 먹는다든지, 1잔의 양은 도저히.. 그래서 1/3 정도는 남긴다든지..
그대신 꿀물이나 효소를 간간이 마시고, 아니 먹고 있습니다. 한모금씩 입에 머금고는 한참
을 씹다가 삼켜야만 그도 꺽꺽대지 않습니다. 특히 꿀물(아카시아로 바꿨는 데도..)이 그러네
요. 된장국엔 배추 대신 연한 호박을 넣기도 했구요.
오늘부턴 묽은 죽입니다.
현미라서 아무래도 꺼끌꺼끌 머들머들하지 않을까 싶네요.
미음 먹는 기간을 더 늘여야 하나, 어째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일단 먹어보고 소화를 영 못 시키면 다시 생각해보든지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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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보식 셋쨋날(7/30)
아침부터 전쟁이다.
화장실에서 근 30분을 씨름하다 보니 다리에, 엉덩이에 쥐가 난다.
아주 적은 양으로 찔끔찔끔. 계속 설사 기운이 있다.
마그밀을 끊었는 데도 마찬가지.
볼일은 시원하게 보지 못한 채 힘만 빠진다.
치질은 아직까지 아무 탈이 없다.
계획표대로라면,
오늘은 점심 저녁에 미음 1잔, 배추된장국(묽게)
그래서 된장국을 끓였다.
배추 대신 애호박을 조금 넣었다.
직접 기른 거라고 루시아가 정성스레 싸준 것이다.
미음에 따뜻한 된장국물이 들어가니 좀 살 것 같다.
소화가 안되어 꺼꺽대기는 마찬가지.
반 잔을 넘기지 못한다.
뭐 꼭 다 먹어야 되는 건 아니라고 보고,
대신 꿀물을 따뜻하게 타서 한 잔 마신다.
이 시간이 행복하다.
허옇게 백태가 끼었던 입안도 한결 개운하다.
깜박깜박 잊고서는 그냥 우물우물 삼키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 씹는 숫자를 헤아리는 일이 자동으로 되고 있다.
거부감도 덜하다.
아파트 한 바퀴 도는 것도 힘이 딸린다.
간간이 남편의 팔을 붙잡기도 하고, 나무의자에 앉아 쉬어가며 그렇게 걸었다.
게릴라성 폭우 덕분에 나도 게릴라성 산보를 하고 있다.
비 그치고 꺠어 있는 시간이면 밖으로 나온다.
많이 걷지 못해도 덜 답답하니까..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는 거 보다야 백배 나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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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보식 넷쨋날(7/31)
벌써 나흘이 흘렀다.
기운이 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한순간 허리가 접히고 다리가 풀린다.
덜 어지러운 듯하다가도 핑 돈다.
이 이야기는 결국 조금씩 기운을 차려가고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8월 20일 이후 일정에 대해 남편과 의논도 하고 일 이야기도 하며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
고 있다. 내일이면 아들도 돌아온다. 시장을 좀 봐둬야겠다.
남편은 죽을 먹고,
난 죽 대신 미음을 좀더 먹어보기로 한다.
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현미가 좋지 않다고 하니 그냥 쌀로 만들어야겠다.
그러면 소화가 잘 될는지, 그랬으면 좋겠다.
단지에서 노랗게 잘 익은 생된장을 꺼냈다.
조금씩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예전에 몰랐던 맛이다.
시간 나는 대로 체질식에 관한 책을 좀 읽어보아야겠다.
먹고사는 일이 이렇게 복잡하고 예민한 것을 그저 배고프면 먹고, 먹기 싫으면 안 먹고, 먹
고 싶은 거 먹고 먹기 싫은 거 안 먹고 그랬다.
열 받았다고 더 먹고, 화딱지 난다고 굶고, 기분 좋다고 들떠서 과식하고, 먹는 것에 관한
한 원칙이 없었다. 되는 대로, 그게 원칙이었나?
정신 때문에 고생한 몸, 이제 몸 때문에 정신이 나섰다.
한번 제대로 해보겠다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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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보식을 마치며..
님들, 안녕하세요?
밀린 일들 정리하느라 며칠 동안 소원했습니다.
날도 더운데 이곳은 여전히 애정이 넘치는 글들로 가득하군요.
보기 좋습니다.
전 오늘로서 1차 보식을 마치고 내일부터 2차 보식에 들어갑니다.
보식 초기에 현미 떄문에 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아주 적응을 잘하고 있습니다.
백미에서 이젠 잡곡으로 만든 죽을 먹고 있구요.
소화 기능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내일부턴 밥인데 아직 먹다남은 죽이 좀 있어서요. 마저 먹고 잡곡으로 된 밥을 먹을 예정입니다.
해피 님께서 권해주신 대로 그날그날 먹는 음식과 몸의 상태를 관찰하고는 있는데요.
바로바로(그 다음 날 아침 화장실에서) 결과를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아, 물론 소변 색깔은 관찰이 가능하지요. 맑습니다.-솔직히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구요. 좀더 다양한 반찬류를 먹게 되면 재미난 결과들이 나오리라 생각됩니다.
두통이든 위통이든 치질이든 신경통이든 치주염이든.. 뭐든 간에 하나쯤은 결려서 일상을 개운치 못한 기분으로 지냈는데 아무 데도 아픈 데가 없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군요. 건강하다는 게 바로 이런 거였군요. 이른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는 건 아니구요. 잠시 맛본 건강함이란 게 하도 신기해서 약간 흥분을 했답니다. 얼마나 지속될지는 두고봐야겠지요.
문제의 치질은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본 것은 아니지만 18년 경력자로 말씀드리자면 4도 정도의 환부가 2도 정도로 완화되었다고나 할까요?
녹즙을 권해주셨는데, 제가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건 자신이 없어서요.
마음 먹으면 한 열흘은 잘 하겠지요. 하지만 꾸준히 싱싱한 유기농채소를 딱딱 준비해서 지속적으로 만들어 먹을 자신이 없네요(시장을 한꺼번에 몰아서 보거든요. 필요한 채소는 가까운 가게에서 사먹구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새벽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곳에 의지하기로 했습니다. 유기농 채소로 만들어 매일 아침 배달해주는 곳이 거든요.
주로 케일, 어성초, 당근, 칡, 맛생, 솔, 등등을 요일별로 보내주는 것을 이미 마시기 시작했구요.
아침 공복에 마시고 있는데 위에 부담을 크게 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근데 몸은 이런 호사를 누리는 반면 마음은 허전합니다. 한구석에서 묘한 빈응들이 일고 있습니다. 매우 추상적으로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네요. 단식중에 마음공부가 부족한 탓이었는지(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단편적인 것을 빼면, 큰 흐름에서 보자면 사실 제대로 마음을 먹은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한두 번의 단식으로는 제 가치관이나 삶이 굳은살이 너무 심해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인지, 최소한 바꿀 마음이라도 있는 것인지, 도대체 건강한 몸으로 천년만년 살아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내가 단식에 왜 이렇게 열심인가? 회의적인 생각이 종종 드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사는 것이 허무하게 느껴지면 뭐든 열심히 하게 되지요. 평소 모습은 젊은이들 못지않게 매우 열심히 일하는, 사회참여도 활기차게 하며 살아가는 중년입니다. 그건 철학의 문제나 종교의 문제가 아니겠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불혹을 넘긴 중년의 우울증 같은 거? 아,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늘 그래왔듯이 심각한 것은 아니구요. 그냥 너무 멀쩡해지니까 쉰소리라도 한번 해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산으로 들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 틈에서, 여름의 한가운데서 단식을 하고 계시는 모든 님들,
원하시는 바대로 좋은 일이 가득 찾아오기를 기원하면서 그동안 도움말씀 주신 따뜻하고 다정한 해피 님, 늘 제게 웃음을 주신 박근수 님, 신우탁 님, 박상근 님, 김정선 님, 성지연 님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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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혜진님의 2차 단식의 글입니다.
7월11일부터 8월4일까지 혜진님은 총41꼭지의 글을 썼습니다.
혜진님의 글에 대한 답변글은 약 100개가 넘습니다.
이 체험기는 사이트가 유지하는 한 남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