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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마라톤 하프완주기] 정말 멋진 하루였다!!! 이름: 나나 · 2001-03-06 20:58 · 조회 12
 
 

아~~! 윽~~!(명치의 통증땜에....꼬꾸라지는 소리)

                       

어제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오늘 다시 돌이켜 보기란 까마득 하다~

 

꼬박 12시간을 마라톤이란 즐거운 사건에 메여 지낸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날부터 예사롭지 않은 날씨였다.

 

하지만 날씨만큼 나 또한 강적이라서,

'이런날씨에 어떻게 뛰느냐는 둥~ ' '그냥 뛰지말까?' 라는 생각은 아예 들지도 않았다.

 

잠자기 전 여유롭게 내일을 위해 약품이며,속옷이며,물,비상금,껌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서울로 가는 단체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은 온통 눈꽃이 피어 너무나 깨끗하다.

"깨끗한 눈길을 밟고 뛰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하지만 한강 변에 내리자마자 내리꽂는 눈발과 매서운 바람에 그만 기가 꺾인다.

 

너무 춥고, 바람이 세고, 어떻게 뛰나? 추운데 옷을 입고 뛰나 벗고 뛰나?

갖은 고민이 나를 괴롭혔다.

 

그렇잖아도 첫 하프 도전인데 하늘도 무심 하다못해 나를 이런 사소한 문제로 시험에 들게하니.. 갈등의 정도가 심해져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어쨌던 시간을 흐르고, 전날 너무 꼼꼼히 챙긴 덕에 스키용 고글과 안면마스크와 털모자와 빵빵한 장갑을 구비하여 철통 같이 무장을 한체로 나는 출발선에 서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또 한번 날 버린다.

햇빛이 나더니, 이내 눈발도 모습을 감추고.. 정말 나를 버릴 작정인지 오늘의 코디작전

 "눈보라..매서운 바람"에 맞춘 나의 스키 용품들은 그야말로 거북함의 극치였다.

 

‘사람들이 많아 행렬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벗지도 못하고 날 더러 어쩌란 말인가?’

 

어머나, 벌써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아홉,여덟,일곱.. 하나 "

                       

사람들 속에 휩쓸려 어쩌다 출발선을 밟았다.

 

2시간30분을 염두에 두었지만 오늘 같은 날씨엔 무리다.. 시간은 이제 더이상 나를 구속하지 않았다.

 

원래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 이왕이면 시험이 어렵게 나오길 바라는 마음과 흡사.. 궂은 날씨인 것을 내심 흐뭇해 하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모두들 우리를 앞지른다..

화장실까지 방문하고 옷과 고글 기타 주렁주렁 착용했던 것들을 벗고 맡기느라 우리는 거의 맨 꼴찌였다.

 

구급차량마저 우릴 버리고 저만치 있었다.

 

시간을 초월하고 뛰는 한강 변은 기분 좋음 그 자체였다.

 

햇빛이 비추고 강물이 넘실거리고 저 멀리 남산타워와 눈꽃이 만발인 남산(?맞나? 남산타워가 서있으니 남산이겠지~)!!

 

무소유의 기쁨과 같이 마라톤에서 시간에 초연해지니 보이지 않던 한강 변의 모든 전경들이 눈으로 빨려 들어온다.

 

7km를 체 가지도 못하였는데, 벌써 반환점을 돌고 오는 남자 1위가 저만치 쏜살같이 달려온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1위에요 1위~! 힘내세요~~”

박수와 함께 환호를 보내줬다.

 

대마클 회원님들이 이제나 저제나 올까 눈꼽아 기다리며 한명 한명 등수를 세었다.

드디어 회장님이 보이신다~!

147! 등이었다.

크게 “147등~!” 하고 외쳐주었다.

이후, 이광복 훈련부장님. 조영근님. 윤영래님.. 최창희님.. 차례차례 우리를 지나갔다.

 

마치 응원 나온 사람처럼,  우리보다 훨씬 빨리 반환점을 돌아 마주 달리는 사람들을 응원하다니.. 여유자적, 천하태평, 나의 그 기질이 어디가나~~말이다~!

 

하지만, 마주달리는 사람들 세아린다고 지루하지않게 반환점 까지 갈 수 있었으니, 훨씬 덕을 본 셈이지.

또한 어느분이 지나치면서 잽싸게 안겨준 바나나 맛도 일품이었다.

 

반환점 시간 1시간27분!!

반환점을 돌고부턴, 훨씬 수월했다. 뒤에서 바람이 불어주고.. 슬슬 다리도 풀어지고.. 속력이 나기 시작했다. 지수언니와 둘이서 이제부터 한사람 한사람 따라잡자고 모의를 하고 둘이 발을 맞춰 뛰기 시작했다.

 

거의 꼴찌여서 우리 주변에는 뛰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지쳐 걷고있는 사이사이를 둘이 발을 맞춰 뛰니 어떤 남자분이 참 쑥쓰럽게도 이렇게 말씀하신다.

“와~ 참 잘 뛴다~~!”

 

역시 사람은 눈높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

 

돌아오는 길엔 뒷바람과 더불어 눈보라도 맞고, 따가운 햇살에 눈도 부시고.. 

끝까지 완주하려면 오버페이스 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수언니와 둘이서 적당히 끌어주고 줄여주고, 견재해 주었다.

골인점 7km부근에서부터 이곳이 연구단지라 생각하고.. 코스를 이입시켰다.

 

“이쯤이 다름고개~ 저기 다리 건너면 두번째 고개 지나고. 실내수영장코너~~.”

 

훨씬 지루하지 않게.. 뛸수 있었다.

마지막 7km를 거의 45분만에 달렸다.

 

이제, 대마클이 여장을 푼 텐트가 보이고.. 건너편 골인점이 눈앞에 보였다.

 

앞에서 바람이 마구불어 뛴다고 발을 앞으로 내밀긴 하지만 나가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 전력질주를 하며, 사진을 의식해 파일럿 털모자를 벗고 머리를 휘날리며, 골인점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아차!~

팔을 뻗는다는 걸 잊어먹었다~~~!

 

빨리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에 이 악물고 힘껏 뛰었는데.. 이 악문 모습이 사진기에 찍혔을거다~~

 

망했다~!

 

계속 마지막엔 폼잡고 이뿌게 두팔 높이 치켜들고.. 사람 없을때 들어와야지 하고 달리기 내내 외웠었는데..

 

아쉬워라~~~

 

이렇게 나의 첫번째 하프마라톤 완주는 이루어졌다.

비록 기록은 2시간40분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걷지않고 뛰었다는데 대해 너무나 가슴 뿌듯하다. 오히려 날씨가 변덕스러웠기에 평생 기억에 남을 첫 하프 완주 날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 혹한 속에서도 뛰었는데.. 앞으로 무슨 일인들 겁내겠는가?

 

마라톤이 주는 인생에서의 감흥은 언제나 몸소 부딪혀 경험하는 땀내나는 깨달음이다.

 

3월4일!!

나는 또 하나의 돌을 내 인생 돌탑의 주춪돌로 끼워넣은 정말 멋진 하루였다!!!

해피 · 2001-03-06

축하~

와~~
2시간 40분을 뛰다니
체중이 많이 준다고 하던데......

나나님이
늘 훈련을 한 결과라는 생각입니다.

나는 언제 시작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