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이야기 글수 736

가을이 깊어가는데.... 이름: 김정선 · 2001-10-21 08:49 · 조회 7
나나님,

정말 오랜만이지요?

단식은 무사히 마쳤지만 어쩌다보니 이번엔 단식기도 흐지부지 되고....

내일이 춘천마라톤인데 나나님도 상근씨도 모두 불참이로군요.

상근씨는 요즘 연이은 야근에다 오늘은 회사에서 엠티까지 갔어요.

피나는 연습까진 아니었지만 시간 틈틈이 등산과 달리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이번이 아니어도 쌓인 노력이 헛되진 않을 거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나저나 나나님은 부상때문에 출전을 못한다니 그야말로 더 안타까운 일이에요.

너무 스스로를 채근하지 말고 여유있게 쉬도록 하세요.

사실 저희 집은 그동안 너무 정신이 없었습니다.

보식에 들어가자마자 이런저런 집안사들이 무지막지하게 겹치는 바람에요.

저도 집안의 장녀, 상근씨도 장남이다 보니 발을 뺄 수도 없죠.

여기서 일일이 나열한 순 없고, 가장 큰 일은 다음주에 잡혀있는 이사!

사실 11월 말에 일산으로 이사할 계획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일찍 팔리고 그곳의 입주 날짜는 늦어지고 하는 바람에 한 달 열흘이 붕 뜨게

되었더랬습니다.

이삿짐이야 이삿집센터에 맡긴다 하더라도 당장사람 가 있을 곳을 찾아야 하니

맘이 이만저만 급해야지요.

이궁리 저궁리 하면서 매일같이 살 집들 보러 다니느라 바빴지만

몸만 들어가서 한달 정도만 살 집 구하기가 그리 쉽진 않더군요. 가격도 만만치 않고...

하지만 결국 우리 맘에 꼭 드는 그런 집을 구하게 되었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 축령산 자연휴양림 바로 아래 자리잡고 있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포근한 민박집으로요.

나이드신 노부부께서 살고 계신 곳인데 돈욕심 없는 그분들 덕에 아주 저렴한

월세를 내고 한달 동안의 칩거(?)를 허락받았습니다.

마당 옆으로 계곡이 흐르고 사방이 그림같은 산으로 둘러싸인 그런 곳인데,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위해서 너무나도 잘 되었단 생각이 들구요,

상근씨가 당분간은 힘이 들겠지만 충분히 감내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이사가 결정되자마자 제일 먼저 아이들과 인사동에 가서 연 만들 재료들을 구해

방패연, 오징어연(가오리연을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부른답니다)을 만들었습니다.

차에 치일 걱정, 집 잃어버릴 걱정 없는 그곳에서 온 동네 뛰어다니며

연날리고 자전거 타고 흙구덩에 뒹굴라구요.

그곳은 인터넷도 없고, 텔레비젼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그런 곳입니다만

저에겐 살면서 몇 번 얻기 힘든 보너스 휴가를 받은 그런 느낌입니다.

아마도 그곳에서 자연과 시간이 변하는 모습을 찬찬히 좀 보라고,

그러면서 어떻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건지 배워오라고

그렇게 질책하듯 허락된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 속에 섞여 북적거리며 도심 속에서 사는 데 익숙한 저로서는

그야말로 '마음의 단식'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듯 여겨지구요.

한동안은 이곳에도 들르기 힘들 터,  한해를 마무리 할 무렵에나 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때 다시 와도 저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요.

나나님, 근수님, 해피님.... 그리고 제가 또 알지 못하는 어떤 분들도.....

그 때 다시 와도 마치 바로 어제 저녁 술자리에서 헤어진 친구들처럼

스스럼 없을 것임을 믿고 있어요.

가끔씩이라도 상근씨 통해서 안부 전하옵지요.

그럼 다들 건강하세요.

특히 나나님!!!

 

      

   

 

 

나나 · 2001-10-23

크리스찬은 피정을 간다지요?

정선언니 말 듣고 있으니, 수도하러 가는이가 부러워집니다.

그렇담, 시골=수도원이 되나요?^^

나고 자란데가 시골이라, 늘 시골스러운것에만 목을 뺍니다.

못살고, 가계가 어려웠던 시절에 ..

먹을게 없어서.

시퍼런 무를 땅에서 곧빼어 입으로 깎아먹던일.

어스럼 해질녁 가을콩을 불에 구워먹던일.

밭에서 당근도 빼먹고, 고구마도 파먹고..

서리맞은 홍시는 이빨이 시리도록 맛있습니다.

^^

그때가 그리워 집니다.

겨울이 되어야 볼 수 있나요?

겨울이 더디겠네요~

늘 어느곳에서나 언제나 보드라울 언니가 보고싶네요~